#81 20230403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학교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여서 오랜만에 낯익은 얼굴들과 서로의 근황을 묻고 애들이랑 어떻게 지지고 볶으며 스프링브레이크를 보냈는지 떠드느라 즐거운 어른들을 뒤로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여행 갔다 온 이야기며 어디에서 뭐 했는지 자랑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며 운동장에서 집에 가기 전 잠시 주어진 자유시간을 한껏 즐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부모들은 은근히 모국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같은 인종과 문화권 출신(?)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소곤소곤하는 걸 본의 아니게 엿듣고 있자면 소외감이 느껴질 때도 많다. 한국에서 어언 20여 년을 살면서 한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남편의 고충을 이렇게라도 잠시 이해하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끔 뻔뻔하게 그 무리에 끼어 대화를 가로 채 그 물에 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려 보기도 하는데 몇 번 당해 본 몇몇 인도 언어계와 중국어계 그룹은 나를 반기기도 하며 나와 눈이 마주치면 영어로 말을 먼저 걸어주기도 한다. 운동장 수다판에 요즘 제일 관심을 끄는 무리는 단연 인도계인데 그들은 모여서 서로 인도 억양의 영어를 한다.


인도 출신이라도 서로의 모국어는 다를 수 있고, 힌디어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지만 최소 18개의 공식언어가 있고 여러 소수언어도 많아서 인도 안에서도 언어문제가 큰 갈등요소라고 하며 다들 대충 집 밖에선 영어로 소통한다고 한다. 인도억양이 나에겐 아직 낯설고 생소해 내 귀에 잘 들리지 않아서 대화가 지속될수록 귀를 쫑긋하고 집중을 해야 하기에 피로감이 두배로 쌓이는 듯하다.


같이 말을 섞다보면 타인의 억양이 나에게 옮겨 오기도 하는데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더더욱 그런 경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요즘 남편 보다 시간을 더 많이 같이 보내는 듯 한 앞집 그녀와 그녀의 영국계 친구들에 둘러 쌓여서 캐나다에 살면서도 내 억양은 하루가 다르게 더 국적불명의 혼돈의 도가니가 되고 있어 나와 대화하는 이 동네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재미에 앞집 그녀도 한 몫하고 있다.


영국 부모를 둔 앞집 아이는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지금껏 캐나다 공교육 그늘에 있어서 그런가 영국억양이 전혀 묻어 있지 않은 영어를 쓰는 게 또 의외다. 대세와 주류에 발을 담그는 게 언어와 억양 습득 시 아이들이 주로 택하는 노선이라지만 성인인 나는 내 자유 의지로 취향과 선호도를 포함시킨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한다는 것은 성대모사를 하루 종일 하고 있는 것 같다.


생각의 속도보다 더 빨리 튀어나오기도 하는 내 모국어인 한국어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싶은 열망을 이렇게 글로 적어 보고 나면 뭔가 해갈이 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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