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20230404

에드먼턴, 캐나다

by Martine sk Mardres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로키 역으로 알려진 배우 톰 히들스턴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한동안 그가 읽어주는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잠을 청하기도 하고 딱히 마블영화가 취향은 아니지만 그가 나오는 부분만 따로 여러 번 돌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듬으로 그가 읽어주는 시 한 편이 마음에 들어왔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몇 번 들었던 시인데 제목과 작가는 생각나지 않았다.


영문학을 전공한 것은 그냥 제일 만만 해서였다. 그나마 딱히 수고하지 않아도 성적이 제일 잘 나오던 영어과목이라 영문학과를 가면 고생하지 않고 대학졸업장을 거머쥘 수 있을 거란 얄팍한 계산이었다. 영어와 영문학은 엄연히 다른 분야라는 건 입학하고 나서 영미시, 음운론, 음성학 등등 온갖 지겨운 수업을 들으며 이 길은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접기까지 했다.


전공과제 리포트나 하다못해 졸업논문까지 날림으로 대충 책도 제대로 안 읽고 영화 본 걸로 써내고 설렁설렁 수업에 F만 받지 말자하고 학점 관리도 안 하고 교직이수 같은 것도 안 하고 4년 내내 휴학했냐 소리 들어가며 수업은 빼먹으면서도 영어연극반 모임에 빠지지 않느라 매일 학교에 가기는 했다. 매일 학교 가면서 매일 휴학했냐 소리 듣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그렇게 영문학과는 담을 쌓다가 25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때 일을 반성하듯이 영화만 보고 읽지 않았던 오만과 편견을 붙잡고 있고 지긋지긋해하던 영미시를 다시 훑는다.


제목을 몰라도 시구절로 검색할 수 있는 참 편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감사히 여긴다. 톰 히들스톤의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읽어 주는 시의 제목이 Funeral Blues라는 걸 알고 나니 관련 영상에 '네 번의 장례식과 한 번의 결혼식' 시낭송 장면이 뜬다.


톰 히들스톤의 차분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를 좋아하나 남들에게는 절친한 친구사이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절절한 마음을 담은 John Hannah의 강한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영화 속 장례식에서 시 낭송하는 장면을 보고 나니 눈물이 고인다. 시를 낭송하기 전 눈물섞인 농담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그는 나의 북쪽, 나의 남쪽, 나의 동쪽, 나의 서쪽

내가 일하는 주중, 내가 쉬는 일요일

나의 정오, 나의 한밤중, 내가 하는 말, 내가 부르는 노래였다.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으나, 내가 틀렸다.


이 부분을 몇 번이나 돌려보고 눈가가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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