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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tine sk Mardres Apr 18. 2023

#94 20230416

에드먼턴, 캐나다

시어머니 76번째 생신은 4월 18일 화요일이지만 남편과 나는 시어머니의 생신을 집에서 일요일 브런치를 같이 하고 집 근처 공원에 가서 봄기운이 만연한 따뜻한 날씨를 함께 즐기는 걸로 하기로 하고 시어머니를 초대했다.  


한 번도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언젠가 해보리라 마음먹었던 메뉴를 준비하고 접시에 성의 있게 담아 집에서 레스토랑 놀이를 한 후 가까운 공원에 가서 햇살을 만끽하고 평소에 불편해하시는 어깨와 손을 주물러 드리며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가서 드시라고 어제 구워 놓은 피넛버터 쿠키와 마침 앞집 그녀가 주고 간 블루베리 머핀을 예쁘게 포장해서 드리는 걸로 시어머니의 76번째 생일파티를 조촐하게 끝냈다.


상대방을 꾸준히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가능한 서로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을 고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처음 한 두 번이야 어떻게든 한다지만 딱히 곰살맞은 성격도 아니고  매번 그렇게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건 솔직히 부담스럽고 귀찮기까지 하다. 주는 것도 힘들고 내가 쓰지도 않고 쓰기도 싫은 걸 받는 건 더 싫다.


싫은 게 너무 많은 내가 참 싫을 때도 많다.


결혼 후 몇 년간은 서로 기념일과 생일, 명절을 챙기기도 했지만 올해로 19년째 같이 한 지금의 남편과는 합의 하에  각자 서로 원하는 걸 양심의 가책 또는 상대방 눈치 보는 것 없이 지르는 걸로 선물을 대신한다.


반지, 목걸이, 팔찌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나에게 취향에 맞지 않는 액세서리를 몇 번이나 선물하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모습에 서운해하고, 크리스마스라고 남편을 위해 큰맘 먹고 레고 세트를 선물했는데 출시되자마자 사놓고선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고마운 척했던 걸 들킨 이후로 다시는 그런 뻘짓거리는 서로 안 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남편이 스스로에게 하는 레고 선물에 대해 가타부타 입 떼지 않고 남편도 내가 지름신 강림해서 가끔 지르는 뭘 이런 걸 사나 싶은 이해하기 힘든 물품에 대해 '노 코멘트' 하는 걸로 기대와 설렘과 돈지랄을 포기하는 대신 취향저격하는 삭막한 실리를 택했다.


기대와 설렘과 돈지랄을 서로 다 허용하고 취향까지 챙기면서도 옹졸해지지 않는 삶을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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