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잘 쓰고 못쓰고를 나누기 전에

by 우물안고래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같은 내용을 배우더라도
사람마다 결과물의 편차가 너무 큰거 같아요
저는 궁금한 걸 정리해서 물어보면 바로 답이 오는데,
어떤 분들은 잘 못하는것 같더라고요.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말투에는 은근한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 질문에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아마… 기준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죠.”

그때는 그 말이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니까,

질문도 다르고 결과도 다를 수 있다고.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그 대답이 너무 안전했다는 걸 알게 됐다.


기준이라는 말은 편리하다.


보통은

높다와 낮다,

있다와 없다처럼
이분법으로 나누기 쉽다.


그리고 그 구분은
의외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각자의 기준이니까요”

이 말 한마디면

차이는 설명되지 않아도 되고,

불편한 질문은

더 이어지지 않는다.


대화는

무난하게,

그럴듯하게 끝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쉽게 말하는 기준은

실제로는 그렇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기준은 누가 대신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가전제품 설명서처럼

한 장으로 규격화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준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직접 결정을 내려봤던

순간들 속에 남는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이건 내가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경험들.


그 선택이 잘됐든,

잘 안됐든

그 결과를

내가 감당해봤다는 기억.


그 기억들이 쌓여

비로소 기준이 된다.


이 기준의 차이는

일을 할 때

특히 분명해진다.


같은 결과물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논리의 흐름을 먼저 보고,

어떤 사람은

이 결과가 실제로

어떤 결정을 부를지를 먼저 본다.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완성된 문장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불안한 초안으로 보인다.


그래서 질문도 갈린다.

“이 자료를 더 깔끔하게 다듬어줘.” (형식과 효율이 기준인 경우)
혹은
“이 자료를 보고 임원들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영향력과 맥락이 기준인 경우)

둘 중 하나가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디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
질문의 출발점이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조금만 들여다보면

AI 활용의 차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가 기대하는

‘좋은 답’의 기준에서 나온다.


어떤 사람에게는
빠르고 명확한 답이

가장 좋은 결과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여지가 남아 있는 답이
오히려 더 신뢰할 만하다.


그래서

잘 쓰고 못 쓰고라는 말은
기준이라기보다
각자의 기대가 섞인 평가에 가깝다.


나는 기준이

칼처럼 분명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효율을 최우선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AI를 사용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나는

빠르게 결론을 닫기보다
의심을 한 번 더

통과시키는 쪽에 가깝다.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고,


여러 방향을 한 번씩 지나간 뒤에
그중

지금의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쪽을 고른다.

나에게는

그 과정 자체가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방식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결정이 늦어졌던 적도 있고,
답답하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방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한 번쯤은

끝까지 생각해본 선택이라는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나는

하나의 답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AI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느낀다.


그래서 AI를 잘 쓴다는 건
정해진 기준을 미리 세워두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기준으로
이 도구를 통과시켜보는 일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잘 쓰고 못 쓰고라는 말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원하는 방향의 답이 나오지 않았을 때
그걸 이유로

AI를 밀어내는 대신,
한 번쯤은 멈춰서
이 질문을 건네보는 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나는 어떤 답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그 기대의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이 질문을 반복하는 사이
사람은 AI라는 도구를 통해
답을 고르는 법이 아니라
자기 기준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나는 그게,
AI 시대에
이 도구를 사용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20화엄마, 그걸 왜 그렇게 여러 번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