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답보다 질문을 잘 만든다

내가 궁금해하기 전에 궁금증을 설계해 주는 시대

by 우물안고래

강의중 쉬는 시간이었다.

한 리더분이 다가와 예상치 못한 질문을 건넸다.

"강사님 Felo, Liner, Perplexity 같은 서비스를 쓰다 보면 아래에 관련 질문들이 자동으로 뜨잖아요.
그 기능이 참 유용하던데요, 질문을 잘 만들어주는 다른 AI도 있을까요?"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잠시 멈칫했다.


보통은 AI가 얼마나 똑똑하게 답을 하느냐를 묻는다.

어떤 AI가 더 정확한지, 어떤 AI가 더 똑똑한지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분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궁금한 것이 있어야 질문을 했다.
질문은 늘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


무언가를 보다가
“이건 왜 이렇지?”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궁금증이 생기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묻는다.


그런데 그 리더분의 질문을 듣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질문도 사람의 머릿속에서 AI의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은 AI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지면,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뒤 아래에 몇 가지 질문을 덧붙인다.


이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다음으로 궁금해할 만한 내용은 이런 것들인가요?


처음에는 그저 친절한 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질문들을 찬찬히 읽어 가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아 맞다, 나 이거 궁금했었지."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질문이 AI를 통해 뒤늦게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럴때마다 문득 예전에 들었던 스티브 잡스의 말이 떠오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기 전까지 대중은 자신의 니즈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통찰이 제품을 넘어 '사유'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생각보다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우리는 종종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

즉 Unknown Unknowns 속에 있다.

그런데 AI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사각지대를 질문이라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AI는 단순히 정답을 알려주는 도구라기보다

우리가 탐색할 수 있는 ‘질문의 공간’을 넓혀주는 도구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래서 AI를 활용할 때도 단순한 답을 유도하는 질문보다는 질문을 끌어내는 질문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이다.

"이 주제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관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이 맥락에서 가장 간과하는 질문이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AI는 갇혀 있던 사고의 틀을 흔드는 질문들을 다시 던져준다.

그 질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지평이 조금 더 넓어지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명쾌한 답을 찾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능력의 기준이 조금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중요한 것은 스스로 질문을 잘 만드는 능력만이 아니다.

AI가 제안하는 수많은 질문 가운데 내 생각을 확장시키고 성장을 이끌 질문을 골라내는 것.


어쩌면 지금은

좋은 질문을 선별하는 안목,

"질문 큐레이션의 안목"이 중요한 시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