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할 때 깜박하고 문 안 잠궈, 피해 보는 사람들 늘고 있어….
“서울경찰청 긴급 신고 112입니다”
“지금 차량털이범을 붙잡고 있습니다. 빨리 출동해 주세요”
“신고자께서 직접 검거했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아파트 경비업체 직원입니다. 주차장 CCTV를 보고 바로 확인했습니다”
“현장으로 경찰관이 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지난 10월 15일 새벽 2시 40분께였다. 다소 신고가 줄어드는 시간이다. 일주일을 한 주기로 봤을 때도 화요일에는 신고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수요일부터는 다시 야간에 신고가 많아진다. 이 시간때면 항상 배가 출출해진다. 젊은 후배 경찰관들은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때우곤 한다. 그런데 나는 집에서 간식거리를 가져온다. 건강을 챙긴다는 이유에서다.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동료 경찰관들이 전기포트에 물을 담아 컵라면을 야식으로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물이 끓는 소리가 날 때였다. 지구대 소내에 출동 신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물 끓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코드 0’ 차량 절도범 신고다. 문이 열려있는 자동차에서 남의 물건을 훔친 사건이었다.
순찰차별로 담당하는 구역이 있다. 발생지를 관할 하는 순찰차 근무자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신속하게 출동해 달라고 했다. 어쩔 수 없다. 신고 내용을 들어보니 아파트 경비업체에서 범인을 두 명이나 검거해 붙잡고 있다는 신고였기 때문이다. 이럴 때 최대한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범인이 도망을 가기 위해 신고자와 싸움을 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빨리 가야 한다.
현장에 순찰차가 도착했다는 무전이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범인들은 10대 청소년이라고 알려왔다. 경비원들은 범인들을 벽 쪽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다행히 큰 저항은 없는 듯했다. 그들의 주머니에서는 현금 34만 원, 장난감 피규어 두 점이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훔친 니트 한 벌을 들고 있었다.
“얘들이 차 문이 잠기지 않은 걸 보고 들어가는 것을 CCTV로 확인했습니다”
경비원의 이야기를 듣고 출동한 경찰관은 10대 청소년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이거 훔쳤어?”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에 함께 출동한 형사들에게 범인들을 인계하고 지구대로 복귀했다. 동료들이 다시 물을 끓였다. 김이 오르는 탁자 위로 피곤함이 묻은 얼굴들이 비쳤다. 그렇지만 동료들은 내색하지 않고 컵라면을 먹으며 현장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게 설명해 줬다. 그들은 이미 동종 전과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에만 아파트 네 곳을 돌면서 범행 차량을 물색했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신고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가끔 뉴스를 통해 문이 열리는 자동차에서 물건을 훔쳐 가는 차량털이범들이 보도되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뉴스를 보면서 ‘왜 문을 안 잠가서 피해를 보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어느 날 차에 문이 잠기지 않은 걸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깜빡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런 차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지 않고 내부를 확인만 했더라도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제321조 주거, 신체수색죄는 사람이 관리하는 자동차나 선박 등에 무단으로 들어갈 때 성립하는 범죄기 때문이다. 처벌도 절대 가볍지 않다. 3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문제 하나를 내보자. 다음 주차된 차들 가운데 문이 열리는 차는 어떤 차일까?
정답은 왼쪽에서 세 번째 차량의 뒤쪽에 있는 차량이다. 자세히 보면 사이드미러(자동차의 앞쪽 옆면에 다는 거울) 가 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생산되는 대부분의 차량은 시동을 끄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가 접히는 게 보편적이다. 차량 고장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범죄자들에게는 그런 차들이 먹잇감이다.
지난 18일 주간 근무 중에 며칠 전 절도 사건이 있었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직접 가봤다.
“딸깍”
10여 분 동안 지하 주차장을 순찰하면서 사이드미러가 접혀있지 않은 차량을 3대나 봤다. 차량 앞쪽에 있던 전화번호로 일일이 전화했다.
“000가1111 차주 되시죠. 저는 경찰관인데 얼마 전 이곳에서 절도 사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선생님 차 문이 열려있어서요. 조심했으면 합니다”
“아, 문이 고장 나서요. 그래도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도 전화했다. 두 번이나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문자를 남겼다.
‘경찰관입니다. 최근 주차된 차량 털이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순찰 도중에 선생님 차량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했습니다. 더욱이 초보운전이라는 안내문을 보고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아 문자 남겨드립니다’
절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건 우리 자신이다. 자동차 문이 잠겼는지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 그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범죄는 언제나 ‘틈’을 노린다. 그 틈은 범인의 손끝이 아니라, 우리의 방심에서 생긴다. 일찍 집에 들어가 컴퓨터 키보드를 한 번 더 누르는 것보다 차 문이 잠겼는지 한 번 더 스마트키를 클릭해 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