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상담 좀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이쪽으로 앉으세요”
“이게 절도가 되는 건지 궁금해서요”
“네,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제가 중고로 신발을 팔려고 중고 거래 플랫폼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서 산다는 사람이 있어서 제가 집 앞 출입문에 걸어두고 퇴근했는데….”
“그래서요?”
“산다는 사람이 왔다 간 거 같긴 한데 몇 시간 있다가 안 사겠다고 그냥 신발을 두고 왔다는 문자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신발이 없는 거예요”
“당황하셨겠네요”
지난 23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20대 여성이 지구대를 직접 방문했다. 요즘 중고 거래는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하다. 나도 몇 년 전부터 운동기구나 생필품을 가끔 중고 거래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 다만 판매자는 아직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중고 거래를 악용한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 번의 거래가 믿음을 쌓는 통로가 될 수도 있지만, 방심한 순간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과거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고액의 목걸이를 구매하겠다는 남성이 판매자인 여성을 밖으로 불러내 폭행하고 목걸이만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비대면 거래가 많이 늘었다. 흔히 말하는 ‘문고리’ 거래다. 대면 거래와 유사한 방법이지만 직접 만나지 않고 자기 집 앞에 물건을 놓아두는 방식이다.
이날 상담한 민원인은 몇 시간 뒤 전화를 걸어왔다. 가족이 출입문에 신발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집안에 들여놨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번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런데 몇 달 전에도 이와 유사한 신고가 있었다.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하고 집 앞에 놓아둔 물건을 확인한 뒤, 글의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이 변해 사고 싶지 않고 그냥 물건을 두고 왔는데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신고였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집 출입문 문고리에 걸어둔 물건에 대한 소유권과 점유권에 대해 알아야 한다. 소유권이란 물건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 물건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반면에 점유권은 조금 차이가 있다.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택시에 손님이 놓고 내린 물건의 소유권은 손님이지만 점유권은 택시 기사가 된다. 단순하게 생각해 남에게 물건을 빌려 쓰고 있으면 대부분 점유권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고 거래를 위해 물건값을 지급하고 직접 물건을 보고 난 뒤에 마음이 변해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왔다면 누구의 물건인가에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때는 물건의 소유권이나 점유권이 구매하는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았다고 본다. 만약에 구매자가 그 물건을 집 밖으로 가져가다가 다시 돌아와 그 자리에 두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중고 거래 중에 물건값을 받고 난 뒤에 구매자가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을 때는 돈을 돌려줘야 한다. 다만 거래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거나 손실이 발생했다면, 민사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황당한 중고 거래 사기 수법도 있다. 3자 중고 거래 사기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3자 사기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모두 속이는 사기 수법이다. 판매자에게는 구매자인 척하고, 구매자에게는 판매자인 척하며 접근한다. 판매자에게는 비대면으로 물건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하고 물건만 가져가고 돈을 입금하지 않는 방법이다. 반대로 구매자에게는 물건을 보여주는 척하고 엉뚱한 주소를 말한 뒤에 돈을 입금받고 연락을 끊는 것이다.
예전엔 택배 거래를 유도하면서 선입금을 요구하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건을 발송했더라도 그 안에 헌 옷이나 쓰레기 등을 넣어 보내 피해자를 조롱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기 등을 우려해 직접 대면해 거래하는 직거래가 늘고 있다.
그러면서 문고리 거래도 늘고 있다. 판매자의 성향에 따라서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고 물건을 판매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중고 거래는 매년 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직거래 사기 관련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어 안타깝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고 거래 플랫폼 직거래 사기 관련 민원은 8만 3,733건(8월 말 누적 기준)이었다. 지난해 전체 민원 건수인 10만 539건이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훨씬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직거래의 위험성을 피하려고 문고리 거래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판매자가 출근 등의 이유로 구매자와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때는 물론이고 여성이 낯선 남성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할 때는 불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분쟁이 생기지 않고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수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구매자가 판매자의 집 앞까지 직접 가는 때에는 관리인이 상주한다면 출입할 때 반드시 출입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다. 판매자와의 사전 통화로 약속해 두면 더욱 좋다. 이는 타인의 주거 공간에 출입하기 때문에 더욱이나 그렇다. 그리고 나올 때 물건을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면 물건을 그대로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사진 등을 찍어서 판매자에게 바로 보내주는 게 좋다.
반대로 판매자는 직접 경비실 등에 보관을 부탁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에 물건을 보관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신의 물건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둘째, 판매자의 정보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닉네임만 공유하고 연락처는 대부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럴 때 사기를 치는 범죄에는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연락처와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셋째, 시세에 맞지 않는 너무 싼 가격은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먼저 금액을 입금하지 말고 물건을 확인한 뒤에 입금하는 것이 좋다. 만약에 핑계를 대면서 먼저 선입금을 요구한다면 반드시 사기 범죄에 대해서 의심해 봐야 한다.
중고 거래라는 편리함 뒤에는 가끔 위험성이 숨어 있다. ‘직거래가 안전하다’라는 믿음이 만들어낸 ‘문고리 거래’다. 가끔은 눈앞의 거래만 보고 서두르기보다, 잠시 멈추고 더욱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심코 걸어둔 신발 한 켤레, 그것이 범죄의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고 거래의 본질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뢰다. 하지만 그 신뢰를 전적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이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