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선생님께서 생활기록부에 써준 '활발하고 인사성 밝다'던 학생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분한테서 들었던 인사말입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어서도 자꾸 생각이 납니다. 왠지 그 인사말 덕분에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그런 인사말을 들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뿐만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직장에 처음 들어 왔을 때만 해도 사내 방송을 통해 서로 인사를 잘하자거나 스티커로 제작된 문구를 화장실에서 종종 볼 수 있 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어렸을 때는 집집이 영업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도 꽤 많았습니다. 가끔 초인종을 누르고 물건을 팔기 위해 무척이나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오랜 시간 파는 물건을 홍보할 때 ‘안 사요’라는 말을 못 해 계속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듣던 낯선 인사말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전동 카트를 타고 가정집을 방문해 야쿠르트를 배달해 주는 사람들을 ‘야쿠르트 아줌마’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프레시 매니저’라는 호칭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기억에 그분들께 말을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몰라 “선생님, 야쿠르트 좀 주세요”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그냥 ‘야쿠르트 아주머니’라고 말하겠습니다. 그게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감사의 마음과 가장 잘 맞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오늘 아침 만난 야쿠르트 아주머니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6시 10분 집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때 그분을 종종 봤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바로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에 오르던 아주머니께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사실 묵례도 하지 않고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아주머니께서 영업을 위해 고생하시네’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몇 차례 그분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습니다.
서너 번 그렇게 아주머니의 일방적인 인사가 있었고 저는 계속 무시했습니다. 솔직히 같이 인사하는 것이 어색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가볍게 눈인사를 했습니다. 또 그렇게 몇 차례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다가 최근에는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분께 야쿠르트나 다른 음료를 구매한 적은 없습니다. 사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 바로 내려야 하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런 생각까지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생활기록부에 선생님께서 쓰셨던 내용 중에 ‘활발하고 인사성이 밝다’라는 말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공부는 못해도 인사성이라도 밝아서 다행이다”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남에게 인사하는 것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20년 차가 되었고 ‘팀장’이라는 직책에 있는 지금 먼저 인사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후배들에게도 ‘먼저 인사해야지’라는 이상적인(?) 생각은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생각뿐이지 실천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게 쉽지 않습니다.
몇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아침에 아주머니께서 인사해준 덕분에 분명 좋은 하루를 지내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압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저뿐만이 아니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그렇게 인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영업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하루가 즐겁다면 뭔가 배워야겠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아주머니께 야쿠르트도 구매해 보려고 합니다.
청소년기 인사성 밝았던 모습, 직장에 들어와 동료인지 민원인인지 모르고 무조건 밝고 큰 목소리로 인사하던 모습. 처음에 이사와 아파트 곳곳을 지나다 만나던 많은 사람에게 인사하던 모습.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럴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