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201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2월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북한산 계곡을 간다. 아무리 눈이 많이 오고 날이 추워도 간다. 가는 장소도 똑같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30센티미터가 넘는 얼음을 깨고 차가운 물에 잠수한다. 그 일이 벌써 10년이 되었다.
첫해에 내가 그 짓(?)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그 해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고 직장 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에는 뭔가 삶의 변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본 친구가 겨울 바닷물 잠수를 추천했었고, 당시에는 그것도 사치라고 생각해 가까운 북한산을 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얼음물에 잠수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뒤로 이때쯤이면 항상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은 작년 마지막에 갔던 북한산 계곡에서의 잠수 사진으로 바뀌게 된다. 요즘 장마 때문에 견딜만했는데 오늘은 엄청 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봤다. 그래서 어제 바로 바꿨다.
지난 10년 동안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 중에 이보다 더 확신한 방법은 찾지 못했다. 더위를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에이 설마 그러겠어? 그때 사진이나 동영상 좀 본다고 덥지 않겠냐고….’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세요”라고 말이다.
매년 그 의식(?)보다 더 고통스럽고 힘든 경험은 아직 없다. 그만큼 나의 일상이 무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더욱이나 다행이다. 한겨울 얼음을 깨고 물에 들어가는 것은 웬만한 감기보다 더 고통스럽고 아프다. 얼음물에 들어갔을 때는 춥지 않고 견딜만하다. 오히려 가장 힘들 때는 물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그때의 공포감은 끔찍하다.
작년에는 눈이 엄청나게 왔었다. 7개월여가 지났지만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매년 함께 가는 친구와 직장 동료 두 명 그리고, 음악 하는 후배 한 명을 포함해 다섯 명이 갔었다. 처음으로 참석한 후배는 요즘도 종종 이야기한다. 그때 너무 좋았다고.
올해는 유난히 덥다고 한다. 그래도 별로 걱정이 안 된다. 어떠한 에어컨과 선풍기보다도 그때의 기억과 사진 한 장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으므로 확실하다. 그래서인지 10년째 한해도 빼놓지 않고 북한산을 가는 것 같다. 사실 이제는 젊은 2~30대도 아니고 나이가 있어 주변에서 말리기도 많이 한다. 그래도 계속하고 싶다.
오늘도 상당히 덥다. 덥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휴대전화의 바탕화면을 한 번씩 보면서 오늘도 더위를 이겨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