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직원들과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사무실 옆 주차장 입구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여느 직장인들과 같이 경찰관들도 식사 후 같이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한잔씩 하곤 합니다.
더욱이 요즘 경찰관들은 인사 발령 시즌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 발령 난 직원들이 꽤 많습니다. 제가 있는 팀에도 두 명이나 새로 왔습니다. 그 직원들이 이전에 어디에서 근무했고, 어떤 일을 했는지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 시야에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있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모이를 열심히 찾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4~5초가 흘렀을까요. 그 비둘기 바로 뒤쪽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매우 느린 자세로 비둘기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사자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직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 생각했습니다. ‘설마 저 비둘기를 사냥하려는 건 아니겠지?’ 사실 저는 고양이가 쥐만 사냥하는 줄 알았습니다. 다른 야생동물을 잡아먹을 거라고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저와 비둘기가 그렇게 방심하고 있던 순간.
고양이는 매우 날렵하게 비둘기를 덮쳤습니다. 처음에는 비둘기의 목 부위를 고양이가 물었습니다. 비둘기는 있는 힘을 다해 날개를 여러 차례 펄럭였습니다. 그 주변으로는 비둘기의 털들이 심하게 날렸습니다. 고양이는 물고 있던 부위는 양쪽 앞발로 누르고 계속해서 좌우를 돌아보면서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 장면은 마치 TV에서만 보던 ‘동물이 세계’ 그 자체였습니다.
고양이가 비둘기의 목을 두 발로 누르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순간 저는 큰소리를 치며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우산으로 고양이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제야 고양이는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밑으로 숨어들었습니다. 멀리 도망가지도 않고 바로 옆 1미터 근처에서 나와 비둘기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비둘기 가까이 다가가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습니다. 비둘기는 한없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말하진 않았지만 정말 ‘살려달라’는 듯한 눈빛이었습니다. 그대로 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던 직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니, 길고양이가 이 비둘기를 사냥했어요. 지금 차 밑에 고양이가 숨어 있어서 이대로 두고 가면 잡아먹을 거 같은데 어떡하죠?”
한 직원이 “동물은 약육강식의 세계잖아요. 팀장님께서 오늘 고양이의 저녁 식사를 빼앗으면 안 되죠. 그게 세상입니다”라며 다소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다른 직원 쪽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제발, 같이 구해주자고 말해줘’라는 심정이었습니다.
“팀장님, 저도 구해주는 게 좋긴 할 텐데. 마땅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네요. 이대로 두고 가면 분명 고양이가 잡아먹을 것 같아서 불쌍하지만….”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또 다른 직원이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비둘기는 유해 동물입니다. 안 그래도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자치단체에서도 문제라고 하던데…. 지금 깃털도 많이 빠지고 날지도 못할 거 같은데 어차피 죽지 않을까요? 그냥 두고 가시죠”
사실 그렇습니다. 환경부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악취·배설물 등으로 시민과 건물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비둘기에 대한 구조 신고를 해도 지방 자치단체나 119구조대에서는 출동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겁니다.
그 자리에는 저를 포함해 여섯 명의 동료가 함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고양이에게 넘겨주고 가자는 의견이 세 명이었고, 그래도 아직 비둘기가 살아있고 그 옆에 우리가 있는데 살려주자는 의견이 세 명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항상 반으로 의견이 나뉘곤 합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0여 분을 지키고만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도 고양이는 차량 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친 비둘기 옆으로 동료가 다가와 앉습니다. 그러더니 비둘기를 향해 “지금 빨리 달아나. 힘을 내야 해. 안 그러면 너 죽어”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고양이가 물어서 다친 듯 한 비둘기의 모습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료가 큰 소리로 웃으며 “재희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이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바닥에 있던 비둘기가 정말이지 서너 차례 날갯짓을 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날고 싶어도 날지를 못하나 보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비둘기는 다시 한번 힘차게 날갯짓을 하더니 날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하늘로 높게 날아오르지는 못했습니다. 마치 저공비행을 하듯 날아서 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제 시야에서도 사라졌습니다.
비둘기가 지금은 유해 동물이고 사람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힘센 동물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만 봐야 한다는 것에는 인정하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