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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승일 Jul 19. 2024

“칭찬, 그거 언제 해 보셨습니까?”

[칭찬 :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말]

며칠 전 경찰 후배가 운전을 하고 퇴근하는 길에 인도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시민을 보고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한 뒤 구조한 일을 글로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읽고 제 주변 사람들도 심폐소생술에 대 관심이 커졌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관련 글 : “시민 생명 구한 후배를 자랑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현장에서 후배만 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경찰관으로서 그 현장을 목격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후배의 행동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현장에는 후배 외에도 그 광경을 목격하고 달려온 일반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후배 경찰관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때 제일 먼저 달려와 119에 신고하고 도로에 주차한 후배 차 때문에 2차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수신호를 직접 해줬던 남성 운전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분들도 함께 칭찬 받아 마땅니다. 그런데 그분이 제 글을 보고 직접 글을 남겼습니다.


“당시 119에 신고하고 교통통제를 한 당사자입니다. 이다솔 경장님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가시기에 저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달려갔습니다. 국민을 위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습니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분이 남겨준 한 글자 한 글자가 제게도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물론 후배를 칭찬하는 말이지만 그런 조직원이라는 저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가끔 우리는 별것도 아닌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의외로 큰 위로도 받으며 살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조언하는 것도 칭찬하는 것도 무척이나 인색해진 요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조직 내에서 팀장의 위치에서 후배들이 많이 있지만 함부로 질책하거나 조언하지 못하고 인색합니다. 막연한 두려움과 염려 때문입니다. 아마 다른 직장인들도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상대방에 대해 칭찬하는 연습을 해서라도 많이 해야겠습니다.



다시 생명을 구한 후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후배의 미담은 방송에서 뉴스까지 소개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내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는 취미활동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화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동네에 있는 화실(홍익루시아트미술교습소)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곳 1층에는 윤화방이 있습니다. 어제 쉬는 날이라 화실에 가는 길에 물감을 사러 화방에 잠깐 들렸습니다. 그곳  사장님께서는 제가 경찰관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늘 쉬는 날이라 물감 좀 사러 왔어요”


“어서 오세요. 엊그제 뉴스 보셨어요? 경찰관이 퇴근하는 길에 쓰러진 사람 보고 보호난간 뛰어넘어서 사람 구하는 거요. 너무 멋지더라고요”


저는 너무 으쓱해졌습니다. 그리고 별일이 아니라는 듯 툭 내뱉었습니다.


“아, 사장님도 그 뉴스 보셨구나. 그 경찰관 저랑 친한 후배예요. 그래서 제가 칭찬도 직접 해주고 했어요”

  

“어머, 진짜 아는 사람이라고요? 그분 통화시켜 주세요. 너무 칭찬해 주고 싶어요?”


저는 사실 조금 당황했습니다. 60대인 여사장님께서는 마치 아이돌을 좋아하는 10대 팬 같은 표정과 말투로 제게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진짜 하실 거예요? 정말로 전화합니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걸어 바꿔주었습니다.


“어머, 진짜 뉴스에 나온 그 경찰관분이세요? 언제 한번 놀러 오세요. 제가 맛있는 고기 사 드릴게요. 정말이에요. 뛰어가서 심폐소생술 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감사하고 그랬어요. 앞으로 좋은 일도 많을 겁니다”

  

사장님께서는 정말 밝은 표정으로 통화를 끝내고 전화기를 제게 다시 건네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후배와 통화를 했습니다. 후배는 지금까지도 그분과의 통화 덕분에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내부 직원들이 지나가는 말로 칭찬을 많이 하지만 경찰관이 아닌 일반 시민에게는 처음으로 들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후배는 앞으로도 멋진 경찰관으로 성장해 갈 듯합니다. 진심어린 칭찬의 맛을 봤기 때문에 더욱이나 그럴 듯 합니다. 저도 앞으로 후배들에게 더 자주 칭찬하려고 합니다.


분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팩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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