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남들 이야기인 줄 알았어.
2024년 8월, 소중한 딸이 태어났다.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해 힘든 시험관아기 과정 4년을 버티고 버텼다.
아내가 임신되기도 힘들었는데, 딸은 태어날 때도 대박 사고를 치며 태어났다.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난 것도 모자라, 새벽 3시 양수가 터져서 급하게 분만병원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 당시에는 눈앞이 깜깜했었다. 아무튼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그 당시의 이야기를 남편의 시선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아마 그 당시의 나처럼 끝없이 어두운 터널을 무작정 걷고 있을 남편들을 위해서...
우리 부부는 내 나이 31살, 아내 나이 28살에 결혼했다. 2년 정도 신혼생활을 지내고 본격적으로 아기를 갖기로 했다. 둘 다 건강하고 몸에 문제가 없었기에 금방 가져질 줄 알았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큰 진전이 없었다. 당시에 나는 나에게 문제가 있는 줄 알고, 아내에게 말은 하지 않고 혼자서 의정부에 있는 비뇨기과에 갔었다. 비뇨기과 의사에게 우리 부부의 사정을 얘기하고, 정자검사와 생식기 검사를 요청했다. 1주일 뒤 결과가 나왔는데, 결과는 대반전. 김구라 님과 같은 정자왕 수준이었다. 내 나이 또래 평균 남성들보다는 월등한 정자양, 정자의 활성도 등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면 아내의 문제인가? 혼자 생각만 하고 말은 하지 않았다. 여느 날처럼 지내다가 와이프에게 자연임신은 6개월간 시도해 봤는데 안되는 걸 봐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넌지시 얘기했다. 그러자 와이프는 기꺼이 그러자며 다음 단계인 인공수정으로 넘어갔다. 인공수정은 부산에서 유명한 모 병원에서 실시했는데, 2차례 시도하고 말았다. 다른 유명병원을 찾아 시험관 시술을 시도했다. 그 병원은 신생아 배아를 1차 시도하고, 안되면 5일간 배양시킨 배아를 가지고 시험관 시술을 하는 병원이었다. 3차례 정도 시험관 시술을 하다가 잘되지 않아서 서울로 병원을 옮겼다. 마침 서울로 부대를 발령받아 이전해야 해서 잘됐다 싶었다. 그렇게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모 병원에서 4차례 정도만에 성공을 했다. 자연임신,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7차 정도까지 약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사실 4년도 짧다면 짧은 편이다. 서울 모병원에 가면 당시 내 나이 36살이었으나, 공장 같은 병원에 쪼로미 앉아있는 남편들 중 가장 어린 나이였다. 평균 30대 후반~40대 중반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분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간절하겠구나. 포기하고도 싶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 특히나 서로를 아껴주는 전우애가 진하게 느껴진다. 시험관 아기를 해본 부부들은 알겠지만, 시험관 아기를 하면서 남편과 아내는 전우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 힘든 시간을 서로만 의지하며 버티기 때문이다.
시험관 전에 함께 운동하며 몸을 만들고, 몸에 좋다는 음식은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먹고, 시험관 시즌이 왔을 때 아내가 스스로 자기 배에 주사를 꽂으며 신음을 할 때 옆에서 못 들은 척 눈 꼭 감고 손잡아주고, 남편은 열심히 집안일하면서 분위기 맞춰주고 등등...
사실 아이가 있든 없든 난 있으면 있는 채로, 없으면 없는 채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내는 아니었다. 꼭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부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원하면 낳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러면 기꺼이 낳자고 했다. 금방 가져질 줄 알았던 딸을 만나기까지 약 4년의 시간과 몇천만 원이 돈이 들어갔다. 물론 정부 보조금이 포함된 금액이지만...
아내는 결혼 전에 대형병원 간호사였다. 환자에게 수없이 주사를 놓던 직업이었다. 시험관을 하며 본인배에 주사를 놓는 일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며 지금은 웃어넘기는 여유가 생겼다. 당시만 해도 짜증, 화, 불안, 공포 등 좋지 않은 모든 감정을 표현하곤 했었다. 그럴 땐 조용히 집안일하며 아내옆에 꼭 붙어서 손잡아 드려라. 몸관리해야 되니 달달한 디저트를 사주고 싶으나 그럴 수도 없다. 회사를 다니면서 시험관 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직장에서 일하다가 때가 되면 주사도 맞아야 하고, 질정도 넣어야 한다. 정말 짜증 난다. 남편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아내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말이다. 물론 나도 몰랐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말해주더라. 왜 말 안 했냐고 물으니, 말해봐야 해결될 거 없고 오빠 걱정만 끼치는데 말해 무엇하냐며 씩씩하게 대답한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어찌 됐든 시험관 아기는 모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포기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아기천사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절대 포기만 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주변에서 응원해 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훈수 두는 재수 없는 사람들은 과감히 인간관계에서 삭제하고, 진심으로 조용히 응원해 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버텼으면 좋겠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냐는 쓸데없는 한탄은 집어치우고, 긍정적으로 지혜롭게 아내와 함께 묵묵히 걸어가며 극복하는 방법을 얘기했으면 좋겠다. 혼자는 못하지만 둘은 할 수 있다. 어떤 극한 상황이 오더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어려운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게 부부다.
<시험관 시기 지혜로운 남편의 행동강령>
1. 특히 남편은 아내의 심기경호를 철저히 해라.
2. 무조건 예라고 대답해라. 남편의 생각은 중요치 않다. 아내 님의 생각만 중요하다.
3. 아내가 불안해서 열심히 블로그, 유튜브 검색할 때 가만히 있지 말고 같이 영상 보고 공부해라. 아내만 알고 실천해서는 될 것도 안된다.
4. 인간관계는 당분간 정지시켜라. 무조건 아내에게 집중하고, 모든 시간을 아내에게 내라.
5. 자주 놀러 나가고 자연을 벗 삼아 산책해라. 속에 있는 아내얘기를 꺼내기 위해 노력해라. 혼자서 정말 별의별 생각이 많으시다.
6. 주변에 시험관으로 아기를 가진 친한 부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라. 먼저 경험한 분들이 주는 응원과 에너지는 시험관을 겪어보지 않고 얘기하는 분들과의 공감대 자체가 다르다. 특히 아내가 그분들로부터 많은 위로와 희망을 얻는다.
7. 몸관리한다고 건강에 좋은 것만 챙겨 먹을 때 같이 고통의 시간을 보내라. 회식핑계 대고 독소음식 가득 먹고 아내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마라.
8. 종교가 없다면 함께 종교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9, 아내의 짜증과 화를 무조건 받아내라. 뒤끝 없는 부장님의 호통이라 생각해라. 버텨낼 수 있다. 아내는 더 큰 고통도 버텨내고 있다.
10. 술, 담배 절대 중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꾸준히 하며 몸 만드는 것에 소홀히 하지 마라. 몸에 좋은 약도 잘 챙겨 먹어라. 난 당시에 엽산, 종합비타민, 비타민D, 아르기닌, 칼슘, 마그네슘, 루테인, 밀크 시슬, 유산균 등 직장인 필수 영양제는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걱정을 하며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을 부부들 파이팅입니다~!
버티는 놈이 승리합니다. 진짜입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