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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Robin Nov 25. 2022

이재 이야기

07. 완전함 혹은 완벽함

*

  아침 일찍 한강을 따라 택시에 몸을 싣고 이재는 이동 중이다. 출근하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묵직한 서류더미를 들고 부대낄 자신이 없었다.

  저렇게 일개미처럼 줄지어 다니는 것을 더 이상 안 하려고 걷어찼으니 부러 더 이재는 택시를 탔다. 매일은 어렵겠지만 특별한 며칠은 괜찮지 않을까 되뇌면서 이재는 슬며시 이는 죄책감을 덜어낸다.

  

 게다가 해가 뜨기 전에 일하러 나갈 때-해가 일찍 뜨는 여름은 다르지만- 그리고 해가 질 무렵에 일을 이어서 계속해야 할 때 괜히 서글픔이 넘실거리는 느낌 누른다.


  '나는 자율인이다, 완전히 자유인은 못 되는 자율인.'

  사회에 불만 많은 택시기사님의 말들을 흘려들으며 딴생각을 한다.


  


**

   완전하고 완벽한 것을 처음 만나 막을 틈 없이 반해 버렸다가 그 텅 빈 속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던  최초의 것은 "바비인형"이었다. 그 구체관절 마론 인형은 이재의 혼을 쏙 뺏어갔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치원을 다닐 때였나, 그 전이었나 가물거리지만 "바비"를 보고 반했던 그 심정만큼은 생생하다.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이재는 할머니의 자투리 천을 받아 바비인형 옷을 만들어 입혔다. 집에서는 다 큰 애가 마음의 병이 있어 인형 옷을 만들어 입히는 줄 알고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할머니는 손녀 인형 옷 만들기 예쁜 천은 모아두셨다가 이재에게 주셨다.


  "이재야 니 외국 동생 옷 해 입혀라."라고 하시면서.


  그리고 이재에게 바비를 처음 소개한 이는 그녀의 4살 많은 오빠였다. 서울에 갔다가 아마도 큰삼촌이 백화점을 데려갔을 때 그녀 것도 챙겨주셨겠지만 "바비"는 오빠가 골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 이후로 바비의 침대, 옷과 옷장, 구두, 가방 같은 세간살이를 해마다 사주며 적극적으로 이재의 바비 세계를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재가 반한 바비에게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완벽한 환경이었던 셈이다.

   


    그러다 몇 년 뒤 그 완벽한 세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바비의 남자 친구 "켄"이 드디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때에도 이재의 오빠가 켄을 바비 집에 들여다 놨다.

   켄을 처음 봤을 때 이재는 어쩐지 피가 식는 느낌이었다. 바비를 생각하며 생각해 둔 켄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였는지 어쨌건 기준 미달이었다.

  그날 어렸던 이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켄을 바비의 집에서 끌어내서 그야말로 서랍 안에 처박듯이 넣었다. 오빠는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섭섭해서 난리를 쳤고 가족들은 돌아가며 한 마디씩 했지만 켄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끔 얄미운 친구가 놀러 오면 그 아이더러 켄을  주고 바비의 상대를 하라고 하곤 했다.


   사실 바비 외에도 많은 인형을 사주곤 하던 곰살맞은 오빠의 양면성은 정반대의 장난기와 짓궂음이었다. 그날따라 뭐에 그렇게 심술이 났던 것인지 모르지만 이재가 아끼는 바비를 빼앗아 약을 올리는 오빠와 몸싸움을 하다가 바비의 머리 몸에서 떨어져 버렸다.

   

  그 순간의 정적.


  이재의 세상이 멈추었다. 차마 비명도 못 지르고 이재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오빠는 토막 난 바비를 이재의 손에 쥐어주고서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떴다.


   이재는 동강 난 바비의 머리를 몸에 끼우려고 애를 쓰다가 그 머릿속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 바비의 완벽함이 완전히 깨어졌다.

  그 텅 빈 징그러움이라니.


   다음 날 바비의 머리를 몸통에 끼어져 있었지만-오빠가 머리를 우겨 끼워 맞췄다고 할머니가 알려주셨다- 그 전의 바비는 아니었다.


    그  후 몇 년 뒤에 세뱃돈으로 바비를 샀고 더 이상 인형놀이는 하지 않지만 옷은 늘 해 입히는 외국 동생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 아닐까.



   그리고 그 바비도 잊어버리고 마음 한편 메말라버린 어른이 된 어느 날, 한 플리마켓에서 이재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바비를 재회하게 되었다.

   이재는 그 바비가 변태스럽게 헐벗고 구두만 신고 있었지만 너무 반가워 살 수밖에 없었다.  


  "완전하지 않고 완벽하지도 않은  나만큼 나이 든 바비, 안녕! 내가 옷을 입혀줄게."

  이재는 아주 오랜만에 말을 걸 집으로 데려왔다.

  

  


  ***

   며칠 뒤, 이재는 완전히 동그란 "구(球)"를 마주 보게 되었다. 완전함을 뜻한다는 원의 입체적 모형 "구(球)".

  이재는 그 구를 보는데 어쩐지 집에 데려온 나이 든 바비가 생각이 났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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