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이야기(3) : 회귀

by 방재원

권고사직 제안을 한 다음 날, 사무실 공기가 무언가 달랐다. 인사팀 팀장의 눈짓에 이끌려 탕비실로 자리를 옮겼다. 부당해고를 당했다, 다음 타겟은 누가 될지 모른다, 우리가 하나로 힘을 합해야 한다... 눈을 감았다. 우선 요동치는 내 마음부터 다스려야 했다. 동시에 그 분의 절박함과 다급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떻게 할까요?"

"... 우선 그 분 입장을 기다려 볼게요."


십여명 남짓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일하는 데 알려지지 않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모든 직원들이 알아챌 줄은 예상치 못했다. 다음 날 그 분이 연차를 신청했고 나는 내부 미팅을 소집했다. 당사자는 부당해고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해고 사유가 전혀 없음을 이미 수차례 설명했고 권고사직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단 그 분의 눈높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중이라고... 평소 미팅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중언부언하는 동안 직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나를 믿고 끝까지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간신히 회의를 마쳤다.


그 다음 날은 내가 연차를 냈다. 마음이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안양천 변을 걷고 있는데 김해에 계신 상무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그 분과 통화 중 본인이 해고를 당할 시 회사에서 수억원의 위로금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나와 그 분 사이에서 협의되어야 할 내용이 제 3자를 통해 내 귀로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길로 바로 사무실로 가서 그 분과 두 번째 면담을 가졌다.


"왜 자꾸 여기저기 말 흘리고 다니시죠?"

"... 죄송합니다."

"하실 말씀 있으면 저에게 직접 하세요."

"... 알겠습니다."

그 분이 요구한 금액은 5년치 연봉에 해당했고 우리 회사가 연간 벌어들이는 이익에 가까웠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한 번 던져보는 말이라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순간 감정 조절을 하지 못했다.

"회사가 호구로 보이세요?"

"아닙니다."

"5년치 연봉이면 얼마인지 계산해 보셨어요?"

"... 알아보니까 제가 유리한 입장입니다. 법적으로."

말문이 막혔고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와 버렸다.


"무조건 합의를 하셔야 합니다."

내가 어떤 얘기를 해도 노무사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위로금과 차이가 너무 커서 합의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하니 노무사는 지사가 있는 김해로 1년간 파견 근무를 제안했다. 어느날 출근해 보니 자기 책상이 사라져 버리고 복도에 의자 하나 놓고 앉아서 수개월을 버텼다는 이야기는 우리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차마 못하겠다고 했다. 그 분의 안위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지옥이 될 것이 두려웠다.


"당분간 조직 개편은 없습니다. 혼선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결국 내가 백기를 들었다. 한 직원이 물었다.

"당분간이 언제 까지인가요?"

...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 한 직원들의 눈이 나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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