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 (Activation)

by 골든라이언

- M1 합동 조사단 단장실-

그는 페론 (Feron, IFNG, P01579) 혹은 감마(Gamma)라 불리며 셀 연합위원회 군단 지휘부 소속 69사단의 사단장이었다. 지난 M1 출몰 때 방어하러 갔던 그의 사단 병력 절반 이상이 소멸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연합위원회에서는 민간의 희생을 최소화시킨 그의 공로를 인정해 특진과 더불어 후방의 작전본부로 이직 권고를 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뿌리치고 M1의 실체와 출몰 인자들을 밝히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이 조사단의 초대 단장을 자원해서 부임했다. 그의 지휘 아래, 69사단의 남은 병력, 셀 외곽에서 활동하는 외인부대들, 그리고 머시너리 사에서 파견된 ‘특별 정보부’ 팀이 연합하여 ‘M1 조사단’이 꾸려졌다. "이번에 결성된 조사단에서는 머시너리 사에서 파견된 자네들 특별 정보부에 거는 기대가 크네. 언니가 트위스트2 라고 했지? 트위스트 부장" "네, 페론 단장님. 언니가 전 특수부대 소속이었을 때 상관이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네. 직속상관은 아니었지만, 우수 요원으로 선발되어 포상받을 때 평가 위원으로서 종종 봤지. 거의 매번 상위권에 있었던 걸로 기억해. 그 후 헤드헌팅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업무)을 통해 머시너리 사에서 직접 모셔갔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지. 아무튼, 나도 자네도 이번에 풀어야 할 숙제들이 비슷한 듯하니 잘 부탁하네" 나지막하면서도 단호한 그의 목소리 너머, 벽면 대형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수많은 벨트 영상의 주인들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트위스트는 각오에 찬 말투로 경례했다, "반드시 알아내겠습니다!!" 페론 단장이 T3D1을 보며 물었다. "자네 전용 로봇들인가?" "네, 원래 서빙 자율 로봇과 그의 밸런스 조절용 봇인데, 전투 정보 전문가 지원용으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본사에서, 인공지능 전략전술 구사 모듈도 추가시켜 주어서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합니다" "좋군, 현재 자네 총괄 아래 두 팀장 있고 팀별로 각각 베테랑 두 명씩 총 일곱 명 맞지?" "네. 모두 전투 보조용 로봇 한기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알겠네, 그럼, 기동력 좋은 80명의 일반병과 20명으로 구성된 특수병들로 보충해 주지" "아닙니다. 정보병 2명과 기술병 7명 그리고 의무병 1명만 지원해 주십시오" 너무 많은 외부인의 시선들은 비밀 활동하기에 썩 좋지 않다. 트위스트는 단장실의 출입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들어오는 자와 스치듯 지나갔다. ‘외인부대의 대장인가? 어째 낯이 익은데’ 그러나, 딱히 뚜렷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자의 뒷조사를 한번 해봐야겠어’ 비밀 활동을 하기 전에, 그가 위험한지 아닌지 확인 해둘 필요가 있다.


특별 정보부 신설, 복귀를 하루 앞두고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소식이다. M1 조사단의 요청에 따라 머시너리 사는 스네일 씨 및 기존 VIP 고객 관리를 새로운 담당자에게 맡기기로 하고 트위스트를 기존의 트위스트 2의 팀원들과 함께 신설된 '특별 정보부'에 새로 배정하였다. ‘부장’이라는 새로운 리더 직급과 함께. 사실 이것 역시 본사 엔지니어링 본부장인 힛샥의 입김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고, 우리 비밀 채널 네트워크의 첫 번째 미션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는데, 갓 뉴클레우스팀장이 된 트위스트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최상위 VIP인 스네일 씨의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아직 33팀도 스네일 씨에 대한 이상한 행적에 의구심을 갖고 비밀리에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에 직접 더 파고 들어가면 비밀 작전이 초기에 노출될 확률만 높아진다. 그래서 스네일 씨와 직 집적인 연관성이 없었던 베타, 히프 그리고 힛샥이 내부 조사를 트위스트 대신에 맡기로 했다. 반대로 트위스트는 외부 파견활동을 통해, 본사의 주목을 회피함과 동시에 직급 상승을 통한 중요 정보 접근 권한 확보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제로에 가까운 트위스트의 전투력. 그 위험한 M1을 일부러 찾아가는 조사 현장에는 어떤 위급상황들이 발생할지 모르고, 세균 및 바이러스 등의 생물체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인 리더는 조사에 도움은커녕 잘못된 대응으로 오히려 아군의 피해를 늘릴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군 체계 중심의 조사단과 셀 연합 위원회에서, 사전 검토를 통해 이 문제를 머시너리 사에 제기했다. 덕분에, 트위스트와 T3D1은 조사단에 합류하기 전 무기 사용 등 특별훈련을 받으라는 본사의 강력한 지시가 내려왔다. "그렇게 걱정되면, 미리 평소 체력 훈련이라도 해두지, 그랬어요?" "T3, 너도 같이 훈련받고 개조까지 될 거야 각오나 해, D1 어디 가? 너도 가야지" 다행히, 본사에서 특수 밀리터리 엔지니어링 팀에게 지원을 지시해, 트위스트의 신형슈트와 T3D1을 특수임무와 전투용에 맞게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조사단에 합류하기 전까지, 피드의 교육 하에 고강도 특수부대 훈련도 매일 받았다. 회사 입장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더 이상 잃고 싶지 않고 또 트위스트 자매를 같은 사지로 몰아 소멸시켰다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트위스트는 무사히 귀환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훈련 막바지에 있는 어느 날, 이동 중인 트위스트 부대의 뒤편에서 갑자기 M1이 여러 개 출몰했다. ‘응? 하나가 아니었어? 전투 전함도 타기 전에 벌써 공격이라니! 운 이 없네’ 정찰용에서 공격용으로 바뀐 써드아이와 스파이더들의 레이저 건과 T3D1의 EMF 포 그리고 트위스트의 자동 플라스마 머신 건의 집중포화에도 불구하고 그중 한 녀석에게도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속수무책. 전 부대 소멸. "이제 한 번 더 채웠으니 딱 백번 소멸하신 겁니다. 이번 내기에 졌으니 크게 한턱내는 거 아시죠? 부장님!""아니, 몰래 극한 미션으로 올려놓고!!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피드?" 지독한 훈련 덕에 피드와 한결 가까워진 대화를 나누며 가상 트레이닝 센터의 에너지 미러를 통과하는 트위스트의 68번의 S위치에 인산화(phosphrylation)로 인한 에너지 상승으로 신체의 활성과 안정화 관련 에너지가 급상승한 그래프가 모니터에 그려졌다. 그때, 군작전용으로 말투가 개조된 T3가 급히 멈추어 선 뒤 보고했다. "회식은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페론 단장의 긴급 집합 명령 영상을 띄우면서 T3가 말했다. "서반구 09번 셀 상공에, 진짜 M1이 출몰했습니다"


셀 연합위원회 지도부에서 조사단에 내려진 3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조사단은 M1과 관련한 정보 수집 미션을 최우선으로 한다. 현장에서 수집된 정보는 바로 암호화되어 '셀 연합 위원회'로 전달한다. 위원회 확인 후 결정된 지침은 조사단의 미션에 즉시 반영된다. 긴급 시, 위원장은 직권으로 조사단장에게 바로 명령을 하달할 수 있으며 위원회에서 이를 사후 검토한다. 둘째, 조사단은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전투의 선봉에 선다든지 본 전투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조사단의 목적은 M1의 출몰 배경과 관련 인자들을 확인 및 피해 방지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섣부른 개입으로 병력 손실이 누적되면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위원회의 결정으로 즉시 단이 해체된다. 불가피하게 전장 중간에 놓일 경우, 퇴로를 확보하고 탈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만약 모든 퇴로가 차단된다면 긴급 승인으로 전투모드로 돌입한다. 셋째, 전장 혹은 사건 발발 지역으로부터 적정한 거리가 확보되어 있다면, 민간 우선 구출, 자료 수집, 위기 부대 지원 및 퇴로 확보 지원 등의 순서를 지킨다. 그 외의 모든 작전 활동은 단장의 지휘하에 각 부대별 리더들이 현장의 상황에 맞게 대응한다. 지난번 첫 번째 출정 이후 정립된 M1 조사단의 '대원칙'이다


긴급출동 당시, 조사단이 막 도착했을 무렵 출몰한 M1에 의해 해당 셀의 1,033 방어 사단이 조금씩 밀리며 후퇴하고 있었고, 조사단장 페론은 M1의 진행 반대 방향으로 부대를 우회시켜 양동 작전을 펴려고 했다. 앞장선 외인 부대장의 제안에 따라 플라스마 실드를 이용 전함부대가 노출되지 않도록 '음영 모드'로 전환한 다음, 천천히 우회해서 실드를 푸는 것과 동시에 일제 사격으로 M1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순간, 1,033사단 후미 부근 뒤편에서 2마리의 M1이 갑자기 출몰했다! 1,033사단이 오히려 M1들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이 된 것이다. 페론의 긴급 일제 공격 명령으로 후속 부대들을 포함한 외인부대가 앞쪽 M1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어 상대가 주춤하는 사이, 1,033사단장 및 선봉 부대가 있는 앞단을 포함한 삼분의 일의 병력은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러나 M1 들에게 세 방향으로 완벽하게 포위된 부대들은 손쓸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소멸하였다. 결국, 방어 사단과 조사단은 M1 들에 점령된 셀을 버리고 본진으로 후퇴했다. 물론 페론 단장의 결단과 기지로 대부분 조사단의 병력은 물론 1,033사단장을 비롯한 많은 부대원을 구출할 수 있었지만, 만약 조사단의 뒤편에 M1들이 출몰했다면 1,033 사단은 물론이고 조사단 전체가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당일 그냥 후퇴하면서 물질이나 에너지 수집 등 원래의 조사단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 원칙들이 부랴부랴 만들어진 것이다.


트위스트가 지휘하는 '특수 정보부'에도 공식적인 첫 번쩨 미션이 부여되었는데 바로 'M1의 출현 위치 예측'이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는 언제든 궤멸당할 수밖에 없다! 위원회 및 조사단에서는 그래서 만장일치로 'M1 분석 연구소'를 만들기로 했다. M1 출몰 지역의 물질 및 에너지 분석등 다양한 접근을 통한 예측 및 대응 방법을 좀 더 전문적으로 구축해 나갈 목적이다. “신분 상승으로 스네일씨 정보 좀 캐내려다가, 체력 훈련에 전투 훈련에다가 이제는 연구소장까지 와 대단합니다! 이러다, 분석용 전함도 만든다고 하겠네요" "D1" 충격파. 어쩐지, 훈련 때 조금 달라졌다 싶었다. 아무튼, T3 얘기처럼 잠재적인 감시를 줄이려다 일이 점점 더 커졌다. 수많은 병력과 보충된 연구진 그리고 수십 명의 엔지니어들이 분주하게 세팅하고 있는 임시 건물의 M1 연구소 앞에서, 트위스트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렇지만 고민한다고 뭔가 해결되는 건 없어. 어쩌면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자, 지금부터 주어진 분석 자료부터 새로 수집될 자료까지 모두 D1에 전송해 주세요. 아니, 전송한다!" 어찌 됐든 지금은 집중할 때이고 회사 생활 경험상 잘하는 게 눈에 덜 뜨이는 길이다. M1 자료 수집이 첫 단추이니만큼 우선은 M1과 조우 경험이 가장 많은 이들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바로 외인 부대원들, 그중에서도 그들의 대장 팀프 (TIMP1, P01033)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단장실을 나오며 스쳤던 낯익은 얼굴의 주인공이다. 어디서 봤더라?


두 눈을 마주하는 순간.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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