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Contact)

by 골든라이언

외인 부대원들은, 주로 외곽지역에서 활동하며 민간 자본으로 유지된다. 대부분 조사단의 나머지 부대원들은 그들에 대해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오랜 외곽 활동으로 만들어졌을 그들의 길들지 않는 야생성이, 조사단이라는 규칙 집단의 분위기를 흩트릴 거로 생각했는데 오판이었고 오히려 그와 정반대였다. 트위스트의 언니가 속했던 머시너리사의 정보부처럼, 특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된 그들은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주로 그들의 고향은 셀 연합의 양극단에 위치해 외부 환경에 취약한 셀들이었고 잦은 M1들의 공격으로 그들의 가족이나 삶의 터전을 잃어 돌아갈 곳도 함께 할 가족도 없는 이들로 구성되었다. 이번 M1 조사단에 자발적으로 합류하기로 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민간 자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인접 셀에 살고 있는 다른 이들의 보내온 작은 응원들이 그들이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매일 저녁 일지를 기록하고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는 머시너리 사의 특수 정보부의 대원들과 달리, 그들은 매일 밤 각자의 처소에서 조용히 경건한 기도를 올린다.


지난번 출정 때 그들이 보여준 '음영 작전'과 앞장서서 몸을 사리지 않고 1,033 사단 병사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려던 그들의 사뭇 진지한 임무 수행 자세가, 조사단의 일반 부대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잔잔한 존경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의 뒷조사를 하지 않았다. 부장이라는 새 업무에 정신이 쫓긴 것도 있지만, 왠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지긋한 경륜의 (외관상 그렇다. 실제 나이는 모름) 그가 조사 내내 알듯 말 듯 하게 지은 표정을 천천히 지켜보다가, 결국 기억을 돼 살리고야 말았다. 그가 분명하다. 문제는, 지금 그걸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순간적으로 놀란 눈빛을 숨기면서 트위스트는 그의 얘기들을 정리해 나갔다.


"놀랍군요. 그러니까 요약해 보자면 M1은,

1. 여러 개의 무엇인가가 한 곳에서 합체된 것이다.

2. 박테리아 공격이 있을 때엔 반드시 출몰한다.

3. 공격성이 전혀 없는 M1도 존재한다.

4. 카인들과 투명 결정체들이 쏟아진 후의 출몰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정도로 정리되겠네요. 맞나요?"

"그렇소. 얘기하지 않은 나머지 특징들은 한 번 정도만 경험한 것이어서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냥 참고삼아 기록해두면 도움 될 거요" "협조 감사드립니다"


트위스트는 이어 D1에게 지시했다. "곧 우리 팀 정보부대원들이 별도로 조사한 정보도 도착할 거야. 팀프 대장님의 정보까지 취합해서 최적 현장 분석 시스템 구성하고 설계도를 T3에 전송해 줘. T3는 머시너리사와 연구소 엔지니어에게서 확인받고 오늘 저녁 19시까지 '현장 분석 셔틀'과 '물질 포집용 드론들' 조립해서 대기시켜 줘" "그… 그게 금방 되나요? 그리고 진짜 분석 전함 만들 거… 아… 아닙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역시 습관이 무서운 건 로봇도 마찬가지야. 트위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팀프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팀프. 지난번 외인부대 활약으로 모두들 고마워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정보 있음 부탁드려요. 선발대인 만큼 조심하시고요" 탐색하는 눈빛을 들키지는 않았는지 살짝 긴장된다.


"트위스트. 잘 알다시피 구슬들이 사라지면 각자의 별과 함께 다시 태어나지 않소? 우리 부대원들이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반짝이는 별이 될 때까지 우리는 절대 소멸되지 않을 거요. 당신도 언니의 별을 위해 몸을 아끼며 지내시오" 뭔가 의미심장 한 말로 들리는 건 착각인 걸까. "아. 그리고 우리도 요청이 있소" "말씀하세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적극 지원해 드릴게요" "아마, 당신들 정보부도 필요할 텐데. 우리 부대원들의 슈트는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장비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투 중 예상치 못하게 순간적으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엄청나서 급히 재충전이 필요할 때가 있소. 그럼 불가피하게 은폐 후 각자 에너지 보드를 교체하거나 이동속도가 다소 떨어진진다 하더라도 사이즈가 제법 나가는 이동형 에너지 뱅크를 가지고 다녀야 하오. 실제로 이 때문에 우리들은 다른 곳에서 몇 번의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상당한 전력 손실을 보았소. 당신의 본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면 좋겠는데. 가능하오?" 다행히, 최근 조사단 내부에서도 전투 훈련하면서 수집된 개선 사항이어서 이에 동의하고, 본사에 초경량 휴대용 ‘고용량 에너지 보드’를 요청했다.


엔지니어링 본부장 힉스의 친절 한 (?) 답변이 돌아왔다. "초경량, 고용량? 하고 싶은 거 다 해. 트위스트! 몰라… 암튼, 시간이 좀 걸리겠다. 그리고 S (스네일 씨)는 행적을 감췄어. 지금 오리무중이야" 트위스트는 수집한 정보를 페론과 위원회에 동시에 보내고, 현장 조사 허가를 기다렸다. "승인, 완료되었습니다" "오케이, 18시 브리핑 시작 후 19시 출동" 이제 실질적인, 독립 활동의 시작이다.


"오믹스 (OMICS)함, 워프!" M1의 출몰 예측을 위한 자료수집 및 분석을 위해 특수 제작 되었다. (오믹스, 저체를 의미하는 '옴(-ome)'과 학문을 뜻하는 접미사 '익스(-ics)'가 결합된 단어) 트위스트 ‘함장’이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 함선에는, 특별 정보부 및 분석 엔지니어들 그리고 현장분석용 셔틀 9기와 물질 포집 (모으는) 전용 드론 300대가 실려있다. 세 대의 쾌속 전투정의 호의를 받으며 지난번 출정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그 와중에, 힛샥의 전언으로 트위스트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역추적이 가능한 특수 렌즈를 갖고 있어서 아마 쉽게 잡히진 않겠지. 스네일 그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나와 접속하기 직전의 혹스에게 무슨 얘기를 했을까?' 목적지로 가는 동안, 트위스트는 행적이 묘연한 스네일 씨의 상황이 궁금했지만, 추가적인 단서가 없는 이 시점에선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혹시… 그는 알고 있을까? 외인부대 대장, 팀프' 그는 분명, 스네일 씨가 아주 드물게 다니던 외곽 셀 머신 숍의 마스터였다! 전직이 특수부대원이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와 반대로 그의 겉으로 드러난 성품으로는 뭔가 어두운 세력의 일원 혹은 조력자로 전혀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 혼란스럽게 했다. 당연히 그가 누구의 편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 비밀 네트워크의 노출 위험을 무릅쓰고 섣부르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때 워프로 도착한 뒤 바로 앞 목표지점까지 서서히 이동하면서, 우주의 수많은 별이 수정체에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팀프의 얘기 때문일까… 전면에 펼쳐진 ‘그’들 하나하나가 새롭게만 느껴진다. 나도 언젠가는 ‘별’이 되겠지 하며 살짝 상념에 젖어 있을 때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함 내에 울려 퍼졌다.


현장 조사는 물질 조사, 에너지 조사 및 행적 조사 이렇게 세 가지 미션으로 나누어 동시에 진행된다. D1과 분석팀의 리포트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집된 정황적 증거들은 에너지보다는 특정 물질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확률로 예측되었다. 따라서 M1의 출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인자 (fator) 들 중, 물질 조사에 대한 분석 비중을 크게 구성하였다. 우선 M1이 출몰했던 핵심 위치를 중심으로 총 9지점에 각각 30대의 포집 드론을 보내 물질을 반복 채집했다. 시퀀싱(서열 분석) 및 질량분석 장비 시스템이 설치된 분석 셔틀 3기는 중앙 지점에 머물면서 드론들이 포집한 시료들을 각각 핵산 (DNA/RNA, 유전정보), 대사체(metabolite, 대사물질들) 그리고 단백체(proteome, 단백질과 펩타이드 등)로 나누어 분석한다. 어떤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동정(identification, 규명 혹은 찾아냄)하는 프로파일링 (Profiling) 분석결과는 바로 모선과 조사단 본부 연구소로 전송한다. 나머지 분석 셔틀은 M1의 출몰, 이동 및 공격 지점의 세 포인트의 에너지 변화를 측정한다. 트위스트가 타고 있는 모 함선은 육지에 착륙해 대원들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며 M1의 행적 조사를 진행하며, 쾌속 전투정은 교대로 대원들의 주변부를 크게 순환 순찰하며 위험 상황을 대비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 한 문제가 발생했다. 채취를 통해 포집된 물질들의 농도(concentration)가 너무 낮다. 벌써 M1들이 출몰한 지 며칠이 지나버린 상황이라, 대부분 출몰지역에 잔존해 있는 시료들의 농도가 너무 낮아 포집을 몇 차례 반복해 모아봤지만, 분석 장비들의 한계 관찰 수준에 (LOD, limit of detection)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다른 포집 방법에도 별 차이가 없었다. 이어 함대를 이동해서 부근의 최근 M1 출몰 지역 다른 두 곳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지만, 같은 이유로 허탕이었다. 벌써 새벽이 밀려든다. 출몰 위치를 예측할 방법이 없는 한 조사단은 모든 출정을 미룰 예정이고 자칫하면 조사단의 존속 여부에 대한 문책성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게다가, 파격적인 승진으로 올라온 이 자리마저 위태할 수가 있다. 지위야 원래부터 욕심이 없었지만, 스네일 씨와 언니 사건 등의 배후를 캐기도 전에 비밀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언제 재개가 가능할지 모른다. 결정했다.


긴급회의 요청. "페론 단장님, 이미 리포트를 보셨겠지만, M1 출몰 후 시간이 너무 흘러 타깃 물질들이 흩어지며 희석되는 바람에, 포집 농도가 너무 낮아 프로파일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M1이 출몰한 뒤 수십 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분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그럼 어떻게 할 예정인가?" "여기 도착해서 얻은 실시간 정보로는 남단 20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1,995셀에 30분 전, M1이 출몰했다고 합니다. 그 현장에 가서 분석을 진행할 테니 허가해 주십시오" "위험할 텐데… 다른 가능한 포인트는 주변에 없나? 그리고 가져간 에너지 뱅크도 거의 소진된 것으로 되어 있던데 어떻게 하려고 하나?" "우리 조사단 3원칙에 맞춰 조심스럽게 접근하겠습니다. 수립 전략은 음… (그때 T3D1이 가져다준 전략 보고서를 보며) 다른 조사는 실시하지 않고 우선 드론들 보내어 물질 포집 후 오믹스함에서 직접 분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믹스는 노출되지 않게 플라스마 실드를 이용해 '음영' 상태를 유지할 예정입니다" 이어 말했다. "그리고 중간 지점인 남단 100킬로미터에 워프 포인트를 잡고 새 에너지 뱅크로 교체할 예정이니 그곳으로 전송 부탁드립니다" "좋아. 곧 다시 연락하겠다" 위원회 승인이 필요한 것이다. 5분 만에 승인이 났다. 역시, 위원회에서도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겠지.


"오믹스함, 워프!" 차라리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저 괴생명체들의 움직임… 목표지점에 도달해 원거리를 유지하며, 드론을 보낼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다. 위험한 만큼 소득이 있기를 기도하며. 그런데, 쟤네 뭔가 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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