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Transition)

by 골든라이언

키스가 가장 먼저 도착해 있었다. '셀 이탈 방지위원회'에서도, 트위스트의 공로를 크게 인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부장' 진급도 축하했다. 피드, 힛샥 그리고 히프도 막 도착했다. “키스, 혹시 팀프라고 아시나요? 외곽 쪽 셀이 고항이고 머신샵 마스터였던" "혹시, 외인부대 대장?" "네 맞아요" "응. 잘 알지. 고향을 잃은 다른 특수부대 출신들을 모아 지금의 외인부대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네, 바로 그가 운영했던 머신 숍에 스네일 씨가 가끔 방문했었거든요" "그래? 음… 거기까진 몰랐지. 스네일씨가 거긴 왜 갔을까? 언제 갔었지?" "사실, 저도 VIP인 스네일 씨를 모니터링하면서 알게 된거여서 시간상으로는 꽤 오래전이긴 했어요. 그의 셀이 소멸되기 전이었으니까" "팀프는, 나도 알아" 돌아 보니 53도 어느새 와 있었다. "그가 그의 고향에 있었던 이들을 위한 추모식을 의뢰했었거든. 그럼 자네는 팀프와 스네일 씨가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나?" 그때, "미안, 미안. 내가 제일 늦게 왔네? 와우 T3D1도 멋지게 변했어!!" V자를 그리는 T3에게 영상 자료를 띄우라는 신호를 보내며 트위스트가 반갑게 맞았다. "아냐 딱 맞춰왔어. 마침 스네일 씨를 알고 있는 이에 대한 얘기를 하는 참이었어. 베타"


- 비밀 채널 네트워크 2차 회의 -

"추정을 해보자면, 늘 가까운 에너지 샵에만 그것도 밤에 잠깐 들르는 루틴의 스네일 씨가 그 먼 곳까지 가서 그저 신제품만 보고 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그 많은 셀 가운데 하필 M1 출몰에 의해 소멸되기 직전의 곳에 다녔다는 게 더 의심스럽구요. 혹스 처럼 머신 숍 마스터였던 팀프도 그와 무슨 관계가 있지 않나 싶거든요" 이를 듣고 생각하던 53이 말했다. "그렇다면 M1이 출몰할 당시 팀프는 어디 있었는지 알리바이를 확인해 보면 되겠군. 그의 고향 친인척 및 친구들 대부분은 소멸되었지만 그만 살아남은 것 같은데, 혹시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우연히 다른 곳에 있었던지. 만약, 스네일 씨가 어떻게든 셀이 소멸할 거라는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팀프에게 귀띔 내지는 설득해서 그가 살아남았다면?” 피드가 말했다 “음. 이걸 알아낸다면, 스네일 씨의 범행 동기나 수상한 활동 배경을 알아내는 매우 중요한 단서를 확보하는 게 될 것도 같군요"

"외곽 셀은 내가 지난번 보여준 영상처럼 투명 결정체의 위험 말고도 카인들의 폭풍(Kine storm)이 종종 발생할 정도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들의 침투가 잦은 곳이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긴 힘들어. 따라서 스네일씨가 미리 정보가 있어서 알려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네” 키스 씨의 논리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트위스트는 팀프와 그의 동료들이 밤마다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떠올라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만, 현재는 그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그때 베타가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다. "사실, 지난주에 트위스트의 부탁이 있어서 보안부 기밀 파일을 좀 들여다봤는데. 삼 년 전, 스네일 씨는 팀프와 함께 어떤 기동작전에 참가한 기록이 있어요"


기동작전? 다들 놀랐다. 그… 느린 이가? 더 놀라운 얘기는 그다음이었다. 베타가 입수 한 영상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것도, 팀프와 같은 특수부대 소속으로…" 와우! 나무늘보 특수부대원이라니? 다들 놀라 무의식중에 만든 정적을 깨고 히프가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최근에도 팀프가 어떻게든 스네일씨와 비밀 접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어요? 자취를 감춘 스네일 씨는 노출을 꺼릴것이고 뭔가 계획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이죠. 과거 단골 머신샵 마스터이자 동료였던 팀프로부터 몰래 최신 장비 등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예전의 그 고성능 렌즈처럼. 트위스트, 피드 씨와 함께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그가 스네일 씨를 접촉할 때 현장을 급습하는 게 어떨까?"


피드가 이에 대답했다. "좋은 추정인데, 그냥 둘이 만나고 있는 걸 덮친다고 건질 수 있는 건 없어요. 그들이 꼼짝하지 못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뒤에는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보면 알겠지만, M1 조사 현장은 모든 상황이 너무 예측불허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를 별도로 추적할 틈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스네일 씨와 팀프 모두 특수부대 출신이라면, 되려 역 추적 내지는 역습당할 수도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트위스트는 문득 팀프가 휴대용 에너지 보드 제작을 요청한 것이 떠올랐다. 그것도 스네일 씨 때문인가? "힉스, 요청한 장비는 어떻게 되었나요?" "사실 본사 윗선에서는 개발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잠정 보류였는데, 자네의 '트위스트 밤' 덕분에 긴급 승인으로 진행 중이야. 그렇다 해도 시일이 오래 걸릴지도 몰라" "오히려 잘 되었네요. 그 장치를 이용해야겠어요"


회의 종료 후 모두가 돌아가고, 비밀문을 통해 프카가 황급히 들어오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이 비밀 채널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모든 행적 기록을 보자니?" "T3, 영상 보여줘" 조금 전에 베타가 모두에게 보여준 영상이다. "아까 본 거잖아? 스네일 씨랑 팀프가 같이 포즈 취하고…" 트위스트가 나지막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D1, 복원" D1이 복원한 영상이 재생되었을 때, 프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트위스트 2 언니!" 조금 전 회의 시간 베타가 영상을 올린 뒤 곧이어 트위스트의 렌즈에 '경고. 조작, 삭제본 영상'이 떴었다. 자료를 넘겨받은 T3와 동기화된 D1이 검토 후 보내준 메시지이다. 그 순간 트위스트는 내심 깜짝 놀랐지만, 다른 이들이 눈치챌까 봐 바로 차분하게 대응했다. 에너지 보드 전략도 그냥 임기응변으로 말한 것이다.


이제 트위스트는 정식으로 머시너리사의 '부장' 직급이 되었기 때문에 스네일 씨의 기록을 볼 권한이 생겼지만, 외부에서는 회사 인트라망에 접근할 수 없고 오직 본사에 출근해서야 볼 수 있다.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접속 권한 코드를 보안팀 팀장이자 절친인 베타에게 주고 그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었다. 혹시 모르니 조심하고, 위험할 것 같으면 그냥 둬도 된다고 말하며. 베타가 영상 올리는 순간까지만 해도 '아 친구가 날 위해 무리했구나'하는 마음마저 들었었다.


복원된 영상에는 스네일, 팀프, 그리고 트위스트 2가 매우 친해 보였다. 모두 한 부대 소속이었던 것일까? 스네일 과 팀프는 같은 복장이고 언니의 슈트 디자인은 다른 것 같은데 같은 부대의 서로 다른 팀인 건가? 그리고, 그들이 사이좋게 웃으며 전투식량을 나눠먹은 장면을 따라다니며 찍은 자는 또 누구일까? 잘 모르겠다. '왜, 베타는 언니 영상만 지웠을까? 아니지. 다른 이가 조작한 걸 베타가 가져왔을 수도 있지. 그럼 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지? 시간이 없었나? 아님, 혹시. 베타도 혹스처럼…'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생각과 함께 한꺼번에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 현실에 닥친 잠재적 위험부터 하나씩 제거해 나가보기로 했다.


"D1, 조작 장소와 시간 특정해 줘" D1의 스크린에는 [조작 장소 알 수 없음. 조작 시간은 5시간 전으로 추정]으로 뜬다. "추정 말고 확정 시간은?" [6시간 30분 전] “조작 장소는?” [알 수 없음, 특정 안 됨] 장소를 모른다니. 모든 기록이 남아 있을 텐데? "프카야. 파일을 조작하면 어디서 했는지도 알 수 있지 않아?" "그렇지. 일반적으론. 그런데 특별 보안 장소에서 했다면 그 기록은 자동으로 삭제돼. 문제는 아무나 조작할 수 없어. 우리 회사에서도 최상위 직급만 건드릴 수 있어. 베타가 그냥 머시너리 본사 보안실에서 한 거 아니야? 맞다, 우리 거로 확인하면 되지" 프카는 이동형 정보시스템에 접속해 '비밀 채널 네트워크' 속에 숨겨진 또 하나의 행적 기록 파일을 업로드했다. 트위스트가 프카에게 부탁 영입 초기에 아무도 몰래 그녀에게 미리 부탁한 것이다. ‘비밀 채널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행적 기록. 혹스와의 통신 이후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한번 더 안전장치를 해둔 거지만 절대 볼일이 없기를 바랐다. 적어도 이 모임이 끝날 때까지는.


"응? 이미 8시간 전에 퇴근했다고 되어 있으니… 일단 본사는 아니고… 그런데 저기는?" 놀라는 프카. "왜 그래, 어딘데?" "어…" "답답해. 어디야? 프카?" "우리 회사" 이건 또 무슨 얘기지? "뭐? 뉴럴 네크워크사에서?" "응, 그런데…, 트위스트야… 어떡하지?"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던 프카가 트위스트를 빤히 쳐다본다. "왜 그래? 불안하게. 그 눈빛. 뭐야?" "베타랑 그 시각 동선이 겹치며 크로스 되는 자가 있어. 이 모임에서" "우리 비밀 채널 네트워크 구성원 중에?" "응. 어… 그게…" "누구야?" "어…" 답답한 트위스트가 프카의 영상 플레이어를 낚아채 가져가려 할 때서야 프카가 겨우 입을 뗀다. "53" “뭐?” "53이라고!" 프카가 큰 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크로스 지점, 아니 우리 회사에서 그 둘이. 그러니까 베타와 53이 30분 정도 같이 있었어. 그것도 1급 기밀실이 있는 상층부에서!"


순간 트위스트는 머리가 복잡하다 못해 하얘졌다. 어떻게 그들이 정보 보안 최고 등급 회사인 뉴럴 네트워크사에서 만났을까? 게다가 무슨 방법으로 원본 파일을 조작하고 또 무엇 때문에? "베타가 원래 53을 알고 있었어?" 프카가 트위스트에게 질문하는 그 순간, 트위스트도 동시에 물었다. "53이 너희 회사 간부야?"


그때, T3의 알람이 울렸다. "레드, M1 출몰. 2,342,023셀. 즉시 복귀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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