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프님은 EX 스페이스 팀이랑 산소가 풍부한 곳을 탐색하는 장기 프로젝트 명령으로 한 달간 출장이라고 연락이 왔고, 힛샥님은 부탁한 휴대용 에너지 보드 성능 테스트하러 다른 셀로 간다고 합니다" 그렇구나.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그렇다면, 오늘은 베타와 정리를 해야겠다. 피드에게 설명하고 하루 휴가를 내어 베타를 만나기로 했다. 밝은 빛들이 스며드는 혼자 거닐던 그곳, 바로 언니와 혹스에게 작별 인사 했던 그 언덕으로 베타를 불렀다. 셔틀에 T3D1은 그대로 남겨 두고, 둘만의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왜 그래 트위스트? 갑자기 보자고 해서 놀랐잖아" 뭔가 느꼈을까, 친구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리고 살짝 들뜬 느낌이다. "응. 여기는 언니랑 혹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곳이야" "아! 네가 지난번에 얘기 한 곳이 여기구나. 여긴 참 아름답네!"
트위스트가 "난 늘…" 하며 말을 이어가는 중, "응"하고 베타가 몸을 트위스트 쪽으로 살짝 비트는데 뭔가 허리춤에서 반사되어 반짝였다. 무기? 트위스트는 슬며시 오른손을 겉옷 속에 숨겨 둔 벨트 위 플라즈마 건위에 살짝 얹었다. 그런데 베타의 벨트에 있는 보안팀 전용 초소형 모니터에 '감시, 조심'이라는 단어가 떠 있었고 눈짓으로 오른쪽 방향을 가리켰다. 트위스트가 즉시 T3D1에게 '긴급 수색' 명령 버튼을 누르려는 그때 렌즈에 '프카 피습, 경호 1 소멸'이 떴다. 이어, 피드의 다급한 음성이 수신기로 들린다. "트위스트 기습이다. 피해!"
그 순간, 날아드는 EMF 탄으로 인해 순식간에 모든 주변 전자기기는 마비되고 셔틀 쪽에도 동시에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 "슈슈숙" 하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날아들면서 트위스트로 향했다. 베타가 순간적으로 트위스트를 끌어당겨 함께 넘어지면서 언덕 아래로 몇 번 굴러 회피하게 되었다. 몸을 추스르며 베타가 말했다. "할 말이 있어" "됐어. 일단 살고 보자" 그때 어디선가 짐승 같은 소리와 함께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프로네이즈 (Pronase, 단백질 분해 효소)!! 그것들을 피하려 일어나는 순간 베타가 쓰러졌다. 뒤이어 날아오는 화살에 맞은 듯이 보였다. 트위스트는 크게 놀라 살펴봤지만 다행히 그녀의 어깨 부위를 살짝 스친 듯 보였다. EMF 파가 걷히려면 아직 3초가 남았다는 메시지가 렌즈에 떴다. 2. 1. 프로네이즈가 공중으로 솟구쳐 트위스트를 덮치려는 순간 플라즈마 건을 조준해 쏘았다.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베타 쪽으로 덤벼든 세 마리. 철컥철컥… 건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다.
아뿔싸! EMF 탓에 조기 방전되었나? 적들의 레이저건 조준 포인트들이 트위스트의 가슴 쪽을 향하는 그때 반대편에서 레이저포 소리가 나면서 언덕 위쪽에서 상호 간 전투가 벌어진 듯한 소리가 들렸다. 피드인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순간, 레이저포 소리에 멈칫하던 프로네이즈들이 다시 트위스트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건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아. 나도 이제 별이 되는구나'하는 마음을 먹고 눈을 감은 그때, 휙 소리와 함께 프로네이즈들이 두 동강이 나면서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아직 별이 되긴 이르지. 트위스트" 실눈을 떴다. "반가워. 트위스트. 나 알지?" 약 108번쯤 전략 전술을 수정했던 것 같다. 그를 만나면 어떻게 대응하고 공격하고 여차하면 소멸시킬 것인가. 어…이건, 전략에 없었는데. 하필 몇 가닥 안 되는 빛마저 검을 들고 있는 그를 저렇게 완벽하게 비추다니.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조사단 '오믹스함' 함장이자 '트위스트 밤'의 주인공이다! 모든 자존심을 담아 말했다. "안녕, 스네일"
스네일이 손을 잡고 일으키는 순간, 트위스트는 그의 허리춤의 플라스마 건을 뽑아 옆으로 굴러 한쪽 무릎을 굽힌 상태로 그를 겨눴다. "아니, 이렇게 구해줬는데. 그렇게까지?" 난감한 표정의 스네일. "뒤로 돌아!" 자작극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T3D1 응급 수색 버튼 누르고, 피드를 호출했다. 뒤돌아보며,"베타?" 베타가 몸을 추스르며. "응,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아" "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귀에 익은 목소리? "팀프!! 역시 한편이었군" 하고 뒤돌아보는 순간, 어느새 건은 스네일의 손으로 넘어갔다. "트위스트 무사합니까?" 피드의 목소리. 팀프가 대신 대답했다. "상황 종료. 피드, 함장은 무사하다. 테러리스트들은 후퇴했다. 이상" "팀프, 고생했소. 고맙소. "그쪽은 어떻게 되었소?" "일단 민간인은 구했고, 테러범은 놓쳤는데, 우리 쪽 대원 3명이 행적 조사와 추적을 동시에 하고 있소" 피드가 답변하는 동안 셔틀 쪽에서 뭔가 출발했다.
"트위스트님!" T3D1이 날아오고 있다. 다른 로봇 두 대와 함께. 자세히 보니 스네일 씨… 아니 스네일의 두 로봇이었다! 지난번에 소멸되었는데? 스네일이 다가오며 말했다. "놀랐지? 그때 그것들은 가짜야. 날 기습하려 한 E3를 유도하기 위한" 그리고 베타를 보며, "베타? 맞죠? 미안한데 53채널 한번 열어주세요" 베타는 순간 고민하다가 이내 순순히 연결시켜 준다. "53? 반가워" "흠. 스네일. 드디어 나타나 줬군. 행방을 찾기 어려웠는데. 역시 트위스트의 활성을 기다린다는 내 추측이 맞았어" 스네일이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당신이 짠 판에? 우린 서로 보고 싶어 하니, 곧 만날 날이 있겠지. 머지않아. 하지만, 당신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싫다면 오늘 일은 서로 묻어두는 게 좋을 거야"
53이 답했다. "좋아. 내겐 아직 카드들이 많아. 서두를 것 없지. 트위스트? 자네 바로 곁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네. 혹스의 일은 유감이야" 추모식을 주관했던 그리고 한때나마 존경하던 그였는데 저렇게 180도로 톤이 바뀌다니 역시 무서운 자다. "53 당신의 정체가 뭐야? 혹스랑 베타를 어떻게 한 거야?" 트위스트의 질문에, "글쎄. 그들은 맡은 바 임무를 다한 거라네 트위스트. 각자의 걷는 길이 다를 뿐이지. 다음에 볼 땐 이전과 같지 않아서 아쉽겠군. 그럼, 이만. 그리고, 베타? 자네는 정체가 드러났으니 한동안 쉬도록 하게. 문책은 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하고 끊어졌다.
트위스트가 돌아보며 말했다. "우선은 고맙다는 인사부터 드릴게요. 저와 베타를 구해줘서. 그리고 이제, 설명이 필요한 시간인 것 같은데 스네일 씨?" "스네일?" 수신기 넘어 피드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피드, 프카, 프카는 어떤 상태예요?" "상처가 다행히 깊진 않지만 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안정이 필요한 상태라. 그분 바로 앞에서 우리 대원이 소멸해서 많이 놀랐을 겁니다. 그런데 스네일은 잡힌 거예요? 아니면? 팀…" 피드는 아직 스네일과 팀프의 상황을 잘 모르는 듯하다. "네, 조금 있다가 프카가 있는 병원으로 가서 얘기해 드릴게요. 우리 대원이 소멸되었다니…" 53, 그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양쪽으로 동시에 기습을 한 것이다. 그런데 스네일은, 어떻게 알고 왔을까? 53과 스네일, 그들 사이엔 오랜 역사가 있는 느낌이다.
어느새, T3D1이 곁에 와서 트위스트의 몸 상태를 점검한다. 이상 무.
"T3D1, 괜찮아? 셔틀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는데. 공격받아서 난 너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았어" "네, 오히려 EMF 공격으로 셔틀 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아 안전했어요" "안전이라니? 날 구하러 와야지!" 그때, D1의 메시지가 모니터에 떴다. "T3 셔틀 문짝 뜯어냄, 트위스트님 구출 목적. 수리 요망"
스네일이 말했다. "보다시피 지금 여기선, 설명하기 곤란해. 트위스트 당신도 그럴 테고. 팀프를 통해 시간 장소를 알려줄 테니, 수습 잘 끝내고 거기서 만나자" 그래. 휴가라곤 하지만 나의 사적 부탁으로 우리 대원 한 명이 소멸했으니, 조사단의 조사와 문책은 불가피할 것이다. 베타도 치료가 필요하고 프카의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그가 직접 찾아왔으니, 일단 그를 믿어보자.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알겠다. 스네일. 곧 연락하겠다. 팀프, 우리들을 먼저 프카가 있는 병원으로 데려다주세요. 거기서 바로 복귀 후 단장님을 찾아뵈러 갈 겁니다. 미리 보고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네. 가시죠. 페론 단장님 일은 너무 걱정 마시오. 그분은 꽉 막힌 분이 아니고 또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을 거요. 오히려 보고가 되면, 셀 연합위원회에서 문제 삼을지도 모르지만"
스네일은 팀프와 악수한 뒤 두 로봇과 그의 셔틀을 타고 몇 줄기 비치는 석양빛 사이로 유유히 사라졌다. 여전히 이곳은 아름다운 곳이다. 팀프의 셔틀을 타고 가면서, 트위스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도 분명 눈치챈 것 같았는데…’ ‘그가 날 일으켜 세우는 순간, 그의 벨트와 내 벨트에서 진동이 느껴지고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와 거리를 두고 대화를 나눌 때도 뭔가 자기장이 걸린 듯이 끌어당기는 느낌을 받았어' 트위스트는, 벨트에 있는 언니 구슬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워했다. '연인을 아직 잊지 못한 거야? 언니?'
병원에 도착한 뒤 베타와 함께 프카의 병실로 달려갔다. "괜찮아? 프카?"
"난 괜찮아. 다친 데도 없고. 어… 베타 너 상처 치료하러 가야겠다" 트위스트도 말했다. "그래, 베타 얼른 가봐" 프카가 괜찮음을 확인한 베타가 그제야 오열하듯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해 프카야. 트위스트… 정말 미안해. 미리 알려주고 싶었는데 워낙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어서" "응 당연하지. 53은 우리 회사에서도 일급 간부급일 텐데 정보 통신 통제는 두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넌 보안부니까 더 감시 벽이 두터웠을 거야. 그럼 혹스도 그런 이유였어?" 프카의 질문에 베타가 울먹이며 답했다. "응, 혹스와 나는… 53의 지시로 우리는 트위스트 너의 특별 감시 임무를 맡고 있었어. 정확히는, 21이라는 그의 부하가 네 언니의 위험 한 일을 막고 너도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 친구들인 우리들이 보호해 줘야 한다고 했거든. 우리는 조금도 의심없이 그의 설득에 넘어갔었어. 미안해, 트위스트야" 문득, 혹스가 남긴 '마음 깊이 항상 널 응원한다'라는 마지막 말이 다시 한번 떠올라 트위스트도 눈물이 맺혔다. "아니야, 그래도 네가 53의 처벌을 무릅쓰고 아까 그 순간 위험을 알려줬잖아. 화살들에게서도 구해주고"
프카가 놀라 물었다. "화살? 요즘 시대에?? 이름이 화살인 레이저 신무기야?" "아니, 진짜 화살이었는데. EMF 폭탄을 터뜨리면 그 사정거리 반경 이내의 전자기 관련 모든 무기 나 통신이 먹통이 돼. 그래서 그 공간에서는 재래식 무기만 쓸 수 있거든" 베타의 대답에 문득 떠오르는 비슷한 상황. 53이나 스네일은 진즉부터 M1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 충격파… M1의 폭주 때 나오는 것이다. 스네일이 프로네이즈들 제거할 때 쓴 것도 분명 그냥 검이었다. 그때 뒤에 서 있던 팀프가 말했다. "그 무기들이 모두 우리 머신샵 거요. 특별 주문 제작해서 만든"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스네일이 그 먼 셀까지 넘어가서… 위기의 순간들을 겪어 힘들지만, 뭔가 궁금한 실마리들이 하나씩 풀어지는 느낌이 든다. 빨리, 그를 다시 만나야 한다.
- M1 조사단 단장 페론의 집무실 -
"그럼, 자네는 지금까지 스네일이란 자를 추적하고 있었고, 53은 반대로 협조하는 척하며 자네를 감시하고 있었다가 기습했단 말이지?" "네. 페론" "정보 전문가인 민간인 친구가 자넬 돕다가 위험할 것 같아 자네 대원 둘을 배치했고, 그중 1명이 53의 부하들에게 소멸.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가?" "맞습니다. 단장님 허가 이외의 활동으로 부대원이 소멸한 것은 제 책임입니다. 죄송합니다" "음…" 그는 왔다 갔다 하며 생각에 잠긴 듯하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트위스트를 보며 말했다. "자. 결론 내리세. 나는 자네의 상관이지만 어디까지나 조사단이 유지될 때까지 만이야. 게다가 자네가 세운 그간의 공로는 내게도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네. 따라서 단장의 권한으로 이 일은 조사단 내에서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네. 그리고, 우리 조사단원을 불의의 습격으로 소멸에 이르게 한 자나 단체는 어떤 목적이었건 간에 우리의 적일세. 추후 비슷한 위험이 감지되고 또 우리 조사단 핵심 미션 기간만 아니라면 필요한 전투력을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네. 소중하지 않은 재원이 없지만 자네는 특별하니까" "이해해 주시고 문책도 하지 않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부대원 추모식은 조용히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게, 난 위원회에 잘 보고할 테니 자네는 본사에 알려 해결 잘하도록. 그 대원은 어쨌거나 본사 소속이니까. 이상!"
트위스트는 피드와 나머지 대원들 그리고 프카의 청으로 베타까지 모여서 프카를 지키다가 소멸한 그를 위한 추모를 했다. 남겨진 구슬은 프카가 그녀의 벨트에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다. 그가, 별이 될 때까지. 물론 그는 이미 그녀의 '스타'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