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Evolution)

by 골든라이언

"트위스트는 저희가 방문한 이후 몇 분 지나지 않아 곧장 4,916셀로 갔다고 합니다" "다른 기지가 아니라?" "네, 53, 아니 회장님. 셔틀이 지하 기지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했다고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아, 잠시만. 오케이… 알았다. 방금 4,916셀의 언더커버도 스네일과 트위스트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비밀 메시지를 보내왔답니다" "음, 스네일의 다른 기지도 정보도 확보할 수 있었는데. 아쉽군. 트위스트가 당일 행적을 추궁하더라도 스네일이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균열이 생길 것이다. 21, 좋은 전략이었다. 그 틈을 계속 파고 들어가야 한다. 완전한 빈틈이 생겨 그들을 완전히 갈라놓아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없도록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트위스트는 분석 전문가로 현재 조사단 ‘특별 정보부’ 부장이고 스네일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저들 집단의 총사령관 지위까지 올랐다. 그들을 함께 두면 위험하다. 내가 직접 경험한 그들은 상당한 전략적 접근을 구사할 줄 아는 면이 있고 특히 위기에 강하다. 지난번 SCF 형제들의 케이스만 보더라도… 그러니까, 만만하게 보지 말고 신중히 추진해, 21" "네, 염려 마십시오. 또 준비해 둔 것이 있습니다. 예상대로 트위스트는 저를 추적하기 위해 저에게 몰래 탐침을 라벨링 했고 그걸 역이용하려고 합니다" "미션 목표는?" "지난번 SCF 형제 소멸 때 트위스트의 로봇들이 상당한 자율적 전투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작전으로 그것들을 소멸시킬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스네일과 균열의 혼란에 빠져있을때 트위스트의 기세를 꺾어, 저들의 전력을 단기에 회복할 수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좋아, 승인하지"


- 21의 비밀 오피스 -


"트위스트와 함께 다니는 타깃들은 초자율 인공지능형이면서도 이제 전투형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더 이상 진화되면 매우 위험하다. 트위스트는 내 동선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를 이용해 지정된 장소로 트위스트를 유인할 것이다. 내가 그때 트위스트와 떼어내 그 타깃들을 밖으로 보낼 테니까 그때를 노려. 단 몇 초야. 너희 특수부대는 SCF 형제보다 3배는 많은 숫자니까 실수 없이 할 수 있겠지? 보수는 50% 선지급, 나머지는 잘 정리되면 인센티브와 같이 지불하겠다. 그리고 그들은 EMF 충격파를 무력화하는 장치도 갖고 있으니까 참고하도록 해" "요즘 로봇들은 고도화된 AI를 탑재하고 있어서 힘들어. 게다가 그 T3라는 놈은 자유도가 높다며? 자칫 역습 위험도 있어" "…알았다. 75% 선지급! 됐지? 더는 안돼" "하이 튼 용병 놈들은…" 고개 돌리며 읊조리는 소리에,

"뭐라고?" "아… 아니야 송금했으니까 확인해 봐" "오케이. 계약 성사. 장소는 외곽으로 다른 이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지정해 줘. 작업하기 편하게" "실수나 하지 마. 그땐 가만히 안 둬"


- 오믹스함 함장실 -


"응 프카야. 무슨 일이야?" "긴급, 긴급. 지금 21이 셀 외곽 쪽으로 이동 중이야" "단독이야?" "그건, 바드(BRD4, O60885)에게 물어봐야지. 잠깐만. 그런 것 같다네. 확실하진 않다고" "그럼, 타깃 지점 도착해서 확인 후에 연락 달라고 부탁해 줘. 출동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T3D1, 전략 회의 준비. 피드에게 연락해. 팀프에게도" 잠시 후, 회의가 끝나갈 무렵 21이 외곽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센터 근처 지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소멸 작전, 개시"


- 셀 외곽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센터 -


"어이쿠 깜짝이야. 트위스트? 여긴 어쩐 일로?" "안녕 21, 네가 보고 싶어서 왔지, 고맙다는 인사도 전할 겸. 그때 네가 막지 않았다면 53에게 큰 실수를 할 뻔했으니까" "내가? 난 그냥 네가 회장님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도와준 것뿐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찾아올 필요가 있나? 그리고 난 회장님 대신 선물만 전해준 거니까, 인사하려면 회장님께 직접 해. 난 필요 없으니까" "뭐 곧 적절한 답례를 할 거야" 21은 트위스트의 의중을 확인해 보려고 했다. 우리 쪽인지 아니면 스네일 쪽인지. "선물은 잘 받았어?" "선물 잘 받았지. 덕분에 진실을 확실하게 알게 되어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어" "그렇지? 스네일 일당들한테 네가 속을뻔한 거야. 언니를 잃은 네 슬픔을 이용해서 53에게 총을 겨누게 하다니 정말 나쁜 놈들이지" "그래,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해서 큰일을 저지를 뻔했더라구"


"응, 다행이야. 그럼,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뭐든" 미묘한 신경전. 의심이 많은 놈이다. "키스 (Kiss1) 알지? 셀 이탈 방지 위원회 소속" "글쎄…" 21은 이미 채널 비밀 네트워크에 대해 알고 있다는 뜻이네. 하긴 상사가 53이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할지도. 트위스트는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을 여기서 뵙기로 했거든 곧 도착하실 텐데 여긴 처음이시라, 네 로봇에게 모셔오도록 부탁해도 될까?" 그때, 키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트위스트? 자네도 거기 있다고? 곧 거의 다 와 가니 가서 만나세" 이거였군. 21. 네가 준비한 카드가. 어떻게 할까? 지금 보내지 않으면 의심할 테고, 보내면…


"당연하지. T3D1, 나가서 키스 정중히 모셔 와" 시간이 흐른다. 21은 타이머를 힐끗 봤다. 조용한데. "21, T3D1이 방금 키스 만났대" "음. 그렇군…" 21은 초조해졌다. 원래대로라면 키스를 조우하기 전에 T3D1을 소멸시키고 키스가 등장하면 아무 일 없듯이 조용히 물러나면 될 일이었다. 트위스트가 초초한 듯한 21에게 모르는 척 물었다. "왜 21, 무슨 일이야?" "아. 아니야"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트위스트, 21 여기서 보니 반갑네, 21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급하게 보자고 했나?" 키스가 반갑게 인사했다. 21의 눈에는 키스의 뒤를 천천히 따라 들어오는 T3D1이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뭔가 잘못됐다!' "삐빅" "뭐야?" 그의 비밀 채널 너머로 다급한 소리가 크게 들린다. "큰일 났습니다. 뉴럴네트워크사 일급 기밀 분석실과 기록실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속았다! 이놈들! 급히 용병 호출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뭔가?" "53… 회. 회장님?" "날아와. 당장!!!" "키스? 뭔가 21의 회사에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으니까, 다음에 뵙죠. 제가 전송해 드릴게요" "허, 그런 것 같군. 21 유감이네, 자네 회장님께 안부 전해주게" 트위스트는 유유히 복귀하며, 스네일과 연락했다. "선물은 잘 전달했어. 바드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뉴럴네트워크사의 일급 기밀 분석실-


"자 다 파괴했지? 기록실 한 번 더 확인해 봐. 일은 프로답게 해야지… 저기 저 구석에 '특 일급 문서 블록체인 박스' 가져와. 그게 돈이야" 바드는 빠져나가다가 입구에서 어깨너머로 21이 제공한 비밀채널 칩을 안으로 휙 던지며, "용병 놈들 선물이다" 잠시 후 급히 달려온 53은 바닥에서 반짝이고 있는 칩을 들어 21의 깜짝 놀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보안 직원이 보고한다. " '특 일급 문서 블록체인 박스'가 사라졌습니다" 역습이다, 치명적인.


- 작전 한 시간 전 전략 회의실 -


피드가 물었다. "그러니까, 21은 눈치채고 있을 거라는?" "네, 눈치를 챈 정도가 아니라 알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21이 뉴럴네트워크사의 일급기밀 분석실을 통과할때 검출기에 반드시 걸리기 때문에" "그럼? 그 일급 기밀 분석실의…!" "위치를 찾았죠. 양자 라벨링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가 장비를 가진 곳은 군 수뇌부 분석실 등 몇 군데 없고, 특히 검출될 때 순간적이지만 상당량의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에, 프카가 그의 행적을 모니터링 하면서 동선과 검출 에너지 발생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곳을 알려준 거예요" 트위스트는 이어 설명했다. "D1에게 21의 성향 분석을 지시해서 확인해 보니, 그의 성격상 어떻게든 이 상황을 역이용하려고 할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안테나를 열어두고 그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죠" 팀프가 말했다. "그래서 용병들과 아주 비싼 값으로 뒷거래를 원하는 조직이 있다는 정보가 빠르게 들어온 거군. 하필 그게 새 일거리를 찾고 있던 바드의 귀에 들어간 거고"


그때 비밀 채널로 스네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바드가 처음엔 우리들이 고용하는 건 줄 알고 연락이 왔었어. 확인차. 팀프, 그 친구 알다시피 자기 멋대로지만 일을 나름 가려 하는 기준이 있잖아" "그렇지… 같이 특수부대 활동을 할 때도 그 녀석은 말 안 듣는 야생마 같은 기질이 있어서… 그런데 지금 바드 팀은 어디에 있지? 미토콘드리아?" 트위스트가 출동 준비하며, "아니요, 타깃 지점. 분석실 복도 위 천장" 21은 분명 53의 뛰어난 수행비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21은 하나의 유용한 도구로만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트위스트와 스네일은 53의 방식처럼 단순히 21을 제거한다고 해도, 바로 대체할 수 있는 이를 앞세우고 복수를 명분으로 위원회 소속 부대까지 움직일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21로 하여금 53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그래서, 그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을 되돌려주기로 했다.


"53의 특급 기밀실 소멸 작전은, 잘 된 것 같아. 트위스트.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어. 바드 팀이 네 비밀 경호를 맡아주기로 했어, 우리 셀 이주 작전이 성공할 때까지. 어차피 21과 등진 이상 팀원들 안전을 위해서도 우리 쪽으로 소속되는 게 좋다고 판단했겠지. 이미 보수는 21로부터 두둑이 받았다고 하고, 결정적으로… 네 팬 이래, 트위스트 밤" "자기가 설득한 거 다 알아. 바드가 특급 기밀 블록체인 박스를 공짜로 건넬 리가 없잖아. 아무튼 고마워. 팀프며 피드도 아직 조사단 소속이라 활동 제약이 많았는데. 잘 됐다. 다음 프로젝트는?"


스네일이 답했다. "이미 진행 중이야. 슬슬 추모식 현자의 실체를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왔어" "그런데, 스네일. 아까 작전 때 어디 갔었어?" "응? 무슨 말이지? 그런 적 없는데?" 트위스트의 손에서는 T3D1이 키스 마중 나갈 당시에 촬영한 영상이 반복 재생 중이다. 영상의 주인공인 스네일이 미토콘드리아 에너지센터 모퉁이에서 플라스마 건을 들고 트위스트 쪽을 안절부절못하며 숨어 지켜보고 있다. "응, 그랬구나. 오늘 날씨가 좋은데. 산책할까 우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침투 (Inva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