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랑아, 네 친구들이야"
나비들의 영상을 보여주는 아내.
지난주 말벌들과 서로 다른 생의 길을 걷게 된
그 나비는,
이제 나랑 아내의 손가락에 올라타는 것은
예사고 대롱 쭉 뻗어 꿀물도 잘 받아먹는다.
벌써 몇 번이고 걸린 거미줄에서 탈출시키고,
꿀도 먹이고 하면서
이제 많이 친해졌다.
느낌엔 우리들 손가락에 이제 안정감과 신뢰가 생긴 것 같다.
가끔은 내 손을 타고 슬금슬금 어깨까지 올라와 안착하곤 한다.
이렇게 작은 생명체와 뭔가 교감하는 듯한
신기한 경험에 아내는 기꺼이 밤새 센터의 난방을 그대로 켜두는 큰 결심을 한다.
다리에 문제가 있어 잘 걷지도 못하고 종종 거미줄이나 쌓인 먼지가 발에 엉겨 힘들어하는 게 안쓰러워 발견할 때마다 떼어내주지만,
어긋난 한쪽 날개도 그나마 정상으로 돌아오고 파닥거리는 힘이 더 강해진 걸로 보아
조금씩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다행이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나비의 평균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다.
헤어질 결심은,
만날 때부터 해야 한다.
건강이 잠차 회복되는 모습에 살짝 고민도 된다.
남은 시간을 바깥세상에 보내어야 할까?
물론 날씨가 추워 들여놓은 화분들이 꽤 있고 공간도 넓어 실내생활도 괜찮은 듯 보이지만.
가끔 밖으로 나가고 싶은 듯 창문에 날아가서 붙어 있는 경우도 많아서..
밖엔 천적들과 차가운 바람이 기다린단다.
그래도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에서 가는 것이 이치이고 순리인가?
아니다.
마음에도 순서가 있다.
나비에 대한 마음이 가득한
아내의 지극정성 앞에서,
내 생각은 의미 없는 걸로.
나(我), 비심(非心)
이치이고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