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시간

2023년 2월 3일 금요일

by 손영호

이번주는 둘째와 막내가 개학하여 큰아이와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근교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카페에서 차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제 브런치를 먹으러 이동 중에 좋은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이야기로 내가 짜증을 내버리는 바람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난 아이가 자사고로 진학하기를 희망했고 나름 파악한 정보를 가지고 큰아이를 설득 중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여전히 일반고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였고 난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일전에 큰아이가 기숙사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언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좋은 대학에 수시로 진학할 확률이 높아진다면 기숙사 생활이란 것에 대한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며 완고한 입장을 고수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자율적인 생각과 행동이 가능하도록 인내해야 함을 늘 생각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아이를 위한 것이라 해도 그 과정과 방법이 서로의 관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어떤 정당성도 부여되지 않는다.


영국 주재원 시절 다니던 현지 교회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부모의 최우선적인 의무는 ‘Presence’라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같이 있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아울러 정신적으로 아이를 이해하고 지지하고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큰 아이의 경우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내가 가진 단점이 아이에게서 보이면 난 그것을 감싸고 이해해 주기보다는 늘 고쳐주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너를 다 알고 있으니 내 말에 따르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것은 ‘Presence’가 아니고 아이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행위이다.


고등학교 진학 문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초래된 일인 것 같다. 고등학교 선택은 내가 아닌 아이의 뜻대로 진행되어야 하며 난 아이의 생각과 고민에 공감해 주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물어다 주면 된다.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으니 아이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시간에 나는 학교/학원 선생님들과의 상담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


나의 의지대로 모든 걸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이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나 또한 완벽하지 않음을 늘 인지해야 하며 내가 틀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등학교 진학 문제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복한 삶이니 그 지향점을 잃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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