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5일 월요일
회사일에 전념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던 손자는 누군가의 기초생활수급 관련 통지서를 받는다. 내용은 손자에게 부양의무가 있으며, 소득 현황 등을 통해 부양이 불가한 상황을 증명하지 않으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초수급대상자의 이름을 보니 어디서 본 기억이 있지만 생소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름을 바라보던 중에 친모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름을 말하고 친모가 맞는지 확인한다.
할머니는 친모가 맞다고 답해주었고 무슨 일인지 묻는다. 손자는 할머니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고 할머니는 곧 전모를 파악한다. 이 모든 상황이 당황스러웠던 손자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전화를 끊고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녀 항목에 자신 외에 두 명의 이름이 더 있었다. 손자는 아버지와 새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세명의 이복동생들 외에 친모 측에 두 명의 이복동생들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손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친모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그저 외면하는 것이 어쩐지 죄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떠나버린 친모이기에 내게 부양의무가 없다'라고 해명한다 하더라도 행정적 절차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알기에,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기로 한다.
손자는 가끔 궁핍한 환경에 놓여있을 친모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이 날 때마다 친모의 생계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냉정하게 외면한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이런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는다. 할머니는 손자의 인생에서 떠난 인연이니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도 이 기억은 손자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친모를 외면한 자신이 평생 증오해 온 아버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자책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