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첫 해외여행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by 손영호

어느덧 손자의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었고, 할머니는 주름이 깊어진 만큼 여기저기 아픈 곳이 늘어난다. 손자는 할머니의 거동이 더 악화되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해외여행을 시켜드리고 싶었다.


손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선 할머니의 여권부터 만든다. 할머니 덕분에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기에 일본을 여행 국가로 하였고, 할머니가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후쿠오카를 행선지로 정한다.


손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할머니와의 해외여행이기에 모든 것을 꼼꼼하게 준비한다. 다리가 불편하셨기에 관광을 최소화하고, 온천과 식사를 중심으로 할머니를 모신다.


할머니는 다리도 불편했지만 소화장애가 있어 식사를 많이 하지 못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서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손자는 조금 더 일찍 모시고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여행 마지막 날 저녁, 할머니와 손자는 식사를 마치고 호텔 주변으로 산책을 나선다. 두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노을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본다.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있어 좋다고 말하고, 손자는 내년에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하니 밥 잘 드셔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한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할머니는 손자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손자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자고 한다. 할머니는 늘 그렇듯이 거기서는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손자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여전히 일을 하며 홀로 지내는 할머니가 늘 마음에 걸렸기에 묻고 또 묻는다.


이렇게 여행은 끝이 나고, 손자는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하루를 묵는다. 그리고 다음날, 손자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한 채 길을 나선다.


손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은 이미 허전했고, 손자의 발걸음은 여느 때보다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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