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마지막 여행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by 손영호

손자는 아내에게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한다. 아내는 남편의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익히 알고 있었고, 할머니에게 손자의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받아들인다.


할머니는 제주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제주도를 여행지로 정한다. 할머니의 다리 상태가 많이 악화되어 이미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강행한다. 할머니의 건강상태를 감안하여 이동을 최소화했지만 짧은 이동에도 할머니는 쉽게 피곤해한다.


몇 년 전 일본에 다녀올 때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이제는 더 이상 여행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화된 할머니의 모습, 손자의 가슴은 아리고 착잡해진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알았는지 딸아이는 밝은 모습으로 아장아장 걸어와 아빠의 품에 안긴다.


손주며느리는 여행 내내 할머니를 살뜰하게 챙긴다. 걸을 때도, 식사를 할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할머니가 여행 중에 불편하지 않도록 마치 친딸처럼 진심으로 챙긴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고마움은 손자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는다.


할머니는 그 여행을 끝으로 다시는 여행을 가지 못한다. 그 대신 기억을 하나씩 지워 나가며 홀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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