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딸의 집에서 몇 년을 머무르던 할머니는 건강상태가 날로 악화되어 결국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손자는 아내와 함께 할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으로 간다. 처음 가보는 요양병원의 모습은 마치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곳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였는지 할머니를 보자마자 가슴이 무너진다.
할머니는 어쩐 일인지 성인이 된 손자의 모습을 알아보고 손자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 손자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얼마 후 할머니는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에 가야 하니 가방을 달라고 한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죄스러운 마음이 증폭되었고, 손자는 아내를 재촉하여 발길을 돌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손자는 아내에게 할머니를 단 몇 개월만이라도 집에 모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아내는 원하면 그렇게 하라고 말한다. 아내의 그 따뜻한 마음은 손자에게 큰 위안이 된다.
이후 코로나가 퍼지면서 요양원 안으로 들어가 수 없게 되었고, 외부에서 할머니의 얼굴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루는 유리창 너머 휠체어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도 뜨지 못한다. 요양원 직원이 깨워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손자는 그날 할머니의 죽음을 예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신다. 손자는 언제부터인가 할머니가 하루빨리 세상을 떠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그래서였는지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손자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