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의미와 가치
2023년 3월 22일 수요일
퇴직하면서 걱정되었던 것들 중의 하나는 사회적 타이틀 상실이 초래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나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고 가족들 또한 나에 대해 떳떳하게 얘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등이었다.
그리고 50대 초반에 퇴사를 했다고 하면 능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밀려 나온 것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것이 조금 신경이 쓰였다. 남들은 내가 퇴사를 하건 말건 그리 관심이 없을 테지만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사람들 앞에서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과거 24년간 나는 어느 회사에서 어떤 직급이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대변되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 옷을 벗어던지려 할 때 내 존재가치에 대한 걱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온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해 퇴사를 했는데 회사를 떠나면서 이런 걱정을 했다. 퇴사 후에 나의 존재가치, 나의 삶의 가치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고 이제 좀 정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무직이며 그냥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아빠라고 얘기하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누가 물으면 집에서 투자와 가사를 한다고 얘기하지만 어쩐지 조금은 창피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위축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한 인간으로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이 곧 나의 가치이고 삶의 의미라는 생각에서다. 행복과 기쁨을 주는 남편, 삶의 멘토이자 친구 같은 아빠, 마음이 따뜻한 친구나 선후배, 친절한 이웃 등 이런 것들이 결국 나의 가치를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나의 인생을 뒤돌아 보면 나의 가치를 사람들과의 경쟁적 관계에서 찾아왔던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 속에서 비교우위가 나의 행복이고 삶의 지향점이었고 이 것이 결국 나와 삶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도 이제는 내가 원하는 길로 접어든 느낌이다. 더 이상 경쟁적인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진정한 나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추구하며 살고 싶다. 다행히도 너무나도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