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행복

2023년 3월 15일 수요일

by 손영호

흐리고 바람이 불어 조금은 쌀쌀한 느낌의 날씨였지만 걷기에 좋았다. 벌써 피기 시작한 꽃들,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 올라오고 있는 나뭇가지의 새싹들과 땅 위에 움트는 이름 모를 식물들이 무언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이 주는 선물이 너무나도 많아서 요즘은 산책을 3-4시간 정도 길게 하고 있고 중간에 공원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주전부리도 하며 한껏 계절을 즐긴다. 예전엔 흐린 날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모든 날씨를 그 나름대로 즐기게 된 것 같다.


오전에는 가끔 30분 내외에 있는 교외 맛집을 찾아가 브런치를 즐긴다. 10시 이후에 집을 나서면 도로가 한산하여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식당이나 브런치 카페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전반적으로 여유롭게 오전 한 때를 보낼 수 있다.


특별히 일이 없으면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요즘은 새로운 책을 찾기보다는 기존에 읽은 책들 중에 그날그날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어떤 책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되는데 좋은 책들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얻는 것이 있어 큰 기쁨을 준다.


사실 아이들이 개학을 하면 오전에 수영도 가고 기타도 배우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추가적으로 무언가 할 생각이 없어졌다. 가사, 독서, 산책, 브런치 나들이 등을 하다 보면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예전에는 이룬 것도 없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으로 조급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각이 없어졌고 시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느낌이다. 그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여서 좋고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좋고 책을 읽고 생각할 수 있어 좋다.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찾는 것도 좋겠지만 반복되어도 질리지 않고 기쁨을 주는 몇 가지 일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더하여 시간의 여백을 적당히 두고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대한다면 만족스러운 삶이 되리라 생각된다.


퇴직 후 초기에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욕구들이 있었던 것 같다. 평일에 여행을 가거나 쇼핑을 가는 등 퇴직으로 누릴 수 있는 일들을 몇 번 해보았지만 충족되지 않는 욕구들이 한동안 남아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오래 걸리지 않아 거창한 것들이 아닌 일상의 평범한 생활에서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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