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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2025년 01월 30일 목요일

by 손영호

바울이 말한 사랑에는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King James Version의 ‘thinketh no evil’의 해석으로 보인다. 다른 Version에는 어떻게 쓰여 있을까?


Easy to Read Version에는 ‘Love does not remember wrong done against it’으로 되어 있고, Contemporary English Version에는 ‘it doesn’t keep a record of wrongs that others do’라고 되어 있다.


이는 그 어떤 대상이 나에게 정신적 또는 물리적 피해를 준 상황에서 상대의 그릇된 행위에 대한 기억이나 생각을 지우라고 하는 것인데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큰 피해가 아니고 계속 볼 사람이 아니라면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지속적으로 그 사람과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얼마 전 큰 아이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어른에게 인사를 했는데 완전히 무시당한 경험을 했다. 아이가 그 어른을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맞을까?


나는 다음부터 그 사람에게 인사하지 말라고 했다. 마음의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친절을 베푸는 것은 스스로에게 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말을 덧붙였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인격이 훌륭해지는 것이 아니며, 훌륭한 인격에는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또한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인격적으로 훌륭해질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자신도 모르게 무례한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는 내용도 더했다.


결국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는 행위적인 친절은 멈추더라도, 사람에 대한 이해를 통해 마음속에 미움이나 증오와 같은 악한 생각을 품지 않도록 경계하라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고등학생인 큰 아이를 위한 조언이었고, 미래에 성인이 된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의 악한 행동이나 어리석고 못난 행동에 대하여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면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악에 악을 더하고, 어리석음에 어리석음을 더하고, 못남에 못남을 더하는 행위는 결국 나를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울이 말한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의 의미는 아마도 세상적인 가치와 방법을 넘어 사람을 품으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체험이 아니면 깨닫기 어렵다.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들을 겪어봐야 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가치관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자신의 옳고 그름과 자존심을 내세우며 갈 것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넘어 사람을 품고 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물론 나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여 따뜻한 마음으로 그 어떤 사람이라도 품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존재들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고린도전서 13장]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고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을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같이 희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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