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깊어진다는 것

2025년 06월 17일 화요일

by 손영호

빛의 선율로 가득한 바다

그 찬란함을 보고 있자면

그 순간의 행복이 영원할 것 같기만 하다.


분명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친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까지

바다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끝내 광풍은 몰아치고

침전되어 숨겨졌던 못난 것들과

또다시 마주하며 괴로워하게 된다.


충만했던 빛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어둠 속에 거친 일렁임만이 남아

한동안 처절한 인고의 시간이 흐르게 된다.


이렇듯 빛과 어둠의 시간은

바다의 의지와 관계없이

늘 반복되며 흘러오고 흘러간다.


다행스럽게도 길고 긴 그 흐름 속에

바다는 넓어지고 깊어지며

가려진 하늘의 빛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바다는 영원한 빛을 머금게 되고

폭풍우 속에서도 고요하게 되며

찬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