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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다. 가을의 풍경처럼

2025년 11월 3일 월요일

by 손영호

장인장모님이 오시기로 한 주말 아침, 저녁식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보통은 늘 가던 식당들 중 한 곳에서 식사를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만든 요리를 집에서 대접하고 싶었다.


준비할 요리를 정하고 아내와 함께 마트로 향했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재료와 제품을 담다 보니 마치 명절 밑에 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빠르게 정리를 마치고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기는 하였으나, 다행히 장인장모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장인장모님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나는 재워둔 고기를 굽고, 아내는 음식과 식기를 내어 식사 준비를 했다. 식사가 시작되고, 나는 다소 긴장된 상태로 장인장모님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맛있다며 잘 드셨다.


식사가 끝나고 아내가 과일을 준비하는 사이, 나는 빠르게 식탁과 주방 정리를 마쳤다.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고, 어른들만 남아 오랜 시간 대화가 이어졌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오갔고, 뜻깊은 이야기들도 많았다.


어느새 저녁이 깊어지고, 두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배웅하는 자리에서 장인장모님은 잘 먹고 간다라는 말 대신,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나는 다음에 또 집에서 요리를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두 분을 보내드렸다.


연세가 지긋하신 장인장모님을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난다. 할머니 생각이 나면, 그리운 마음과 늘 받기만 하고 해드린 것이 없다는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저밀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고, 그래서 더욱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 누구에게나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그 후회와 아쉬움으로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바로 그 후회와 아쉬움으로 사람은 늦가을의 풍경처럼 깊어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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