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詐欺)

2026년 1월 27일 화요일

by 손영호

아내 앞으로 등기우편이 도착했다. 한 지식산업센터 채권 관리팀에서 발송한 우편이었고, 미납된 관리비를 7일 이내에 납부하라는 내용이었다.


보자마자 사기(詐欺)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적절한 대처를 위해 일단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았다. 예상대로 전혀 다른 사람의 소유로 되어있었다.


우편물을 발송한 곳으로 전화를 걸어,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 부동산의 관리비를 왜 청구했으며, 아내의 개인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확보했는지 추궁했다. 답변은 ‘확인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였다.


부당하게 취득한 개인정보를 활용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생각해 경찰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아보았지만, 얻은 것이 없었다. 우체국에 방문해 반송 요청을 했더니, 반송이 되지 않는 등기우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답답했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들은 잠재적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사기(詐欺) 시도를 인지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과감하고 여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영국 주재원 시절 집에 도둑이 침입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경찰이 방문했었지만, 안전장치와 보안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대화를 나눠본 결과, 좀도둑들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으로 보였기에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사회적 제도와 공권력이 개인의 안전을 전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제도의 틀 안에서 대응해야 한다. 억울하고 답답하더라도 결코 자신의 힘에 의지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자신은 물론 가족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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