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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Mar 10. 2024

사춘기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주로 말과 태도에 대한 문제로 집안 내에서 갈등이 빚어진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시기이며 성장에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에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나는 딱히 사춘기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였고 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그랬던 것이 아니고,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면 폭력이 가해졌기 때문에 참은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다가 깨지락거린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따귀를 맞은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맞는 게 겁이 나서 함부로 감정 표출을 할 수 없게 되었던 것 같다. 늘 잘못한 것이 없는지 눈치를 봐야 했고, 착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되어야 했다. 이 당시에는 집이나 학교에서 폭언과 폭력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었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경험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한다. 특히 감정이 억압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매너 없는 언행을 할 때면 감정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으로 억압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


이렇게 아이들의 감정이 표출되면 자연스럽게 중요한 부분에 대한 대화의 기회가 마련된다. 특히 가치관이나 인격적인 문제 그리고 사람이나 세상을 대하는 자세 등에 있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물론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을 훈계하고 훈육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자칫, 대화가 단절되고 관계가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어 고민이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고자 하는 생각도 많이 들지만,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집중하면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면서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과의 대화에 이어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하는 방법과 방식인 것 같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이 감정인데, 이 감정을 제어하는 것은 늘 어렵고 통제하지 못하면 결국 문제의 발단이 된다.


사실 차오른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게 되어 있다. 경험상 그 순간을 넘기면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나 또한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가끔은 감정을 이기지 못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내가 먼저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는 과정 동안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것 같다.


부모에게는 자녀들이 이 세상을 올바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길러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본이 되기 위해 인격적으로 성장해야 하고 수고스러운 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수많은 일들을 인내해야 한다.


부족한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성숙한 인간으로서 인생을 훌륭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도 그 소명에 충실하고자 한다.


[에베소서 6:1-4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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