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마음의 수리법

2화 평범함을 사랑하기까지 걸린 시간

by 와이즈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뻔한 건 지루했고, 평범한 건 실패 같았다.
그 나이의 나는 내가 남들보다 앞서 있기를, 두드러지길 바랐다.
더 멋져 보이고, 더 인정받고, 더 빠르게 달리고 싶었다.
그 욕망은 내게 꽤 그럴듯한 원동력이 되었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을 놓치게 했다.

어떤 계절은 그렇게 반짝이다가 꺼진다.
나는 한동안 평범을 경멸하며 살았다.
회색 정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매일 같은 커피를 마시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런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루하게 보이기 싫어서, '안정'이라는 단어에 과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지금, 서른이 넘은 나는 가끔 그 회색빛을 다시 떠올린다.
그 단조로움 속에 있던 견고함.
변명할 필요도, 불안에 시달릴 필요도 없는 하루들.
그 안에서 누군가는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였고, 그냥 자신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사실 특별한 삶이란 게 존재하긴 할까.
그건 나중에 쓰인 전기나 기사에서 붙는 말이지, 정작 그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늘 불안하고, 초라하고, 헷갈린다.
지나고 나서야 반짝이는 것들이 많다.
그 반짝임에 속아서, 우리는 때때로 지금 이 순간을 깎아내린다.

최근엔 아침 8시에 일어나 늘 같은 컵에 커피를 따른다.
그 평범함이 싫지 않다.
길을 걷다가 같은 꽃이 피어 있는 걸 보고, 한 계절이 돌아왔다는 걸 느낀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일들이다.
지금은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안다.

예전에 싫어했던 회색빛 일상은, 어쩌면 가장 소중한 배경이었을지 모른다.
그 속에 있는 감정들, 몸짓들, 사소한 웃음과 반복되는 고민이 있었기에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런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또 하루를 견딘다.

특별한 삶을 좇으며 내가 놓쳤던 것들은 대부분 '지금'이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 오늘의 감정, 이 계절의 공기.
평범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지금의 나는 더는 '특별해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다.
대신 '이 순간을 잘 살아내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안다.
평범은 대단히 어렵고, 깊고, 따뜻한 것이다.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하기까지는 많은 계절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더 많은 계절이 필요할 것이다.
그게 평범의 위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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