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스내처 - 인간과 사랑에 대한 정의
일본의 웹코믹 [내가 좋아했던 여자애를 먹어치우고 그녀로 변한 괴물과 사귀고 있다.] (원제 僕の好きだった女を食い殺し成り代わった バケモノと付き合っている) 를 인상깊게 본지 몇년이 지났다. 처음 봤을 때의 기괴한 충격과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기생수를 아직 보지 않았기에 바디스내처 자체가 신선했다. 나무위키에 해당 작품을 검색해보면 정성들인 감상이 실려있다. 괴물에게 몸을 빼앗기고 괴물이 인간의 모습을 취한다는 이야기를 바디스내처라는 장르로 부른다고 한다. 최근에는 sf장르에서 보인다고 하는데, 낯선 존재가 인간의 몸을 탈취한다는 공포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도플갱어나 체인질링, 우리나라의 손톱 먹은 쥐 설화 등으로도 보인다. 그러한 공포를 바탕으로 작가 네코즈킨(猫頭巾)이 묘사하고 싶었던 건 무엇인가.
짝사랑하는 여자애에게 차인 주인공의 앞에 식인괴물이 나타난다. 식인괴물은 여자애를 잡아먹고 그 모습으로 의태한다. 짧은 컷 만화는 주인공의 시선으로만 전개되며 주인공의 심리는 묘사되지 않아 추측만 가능하다. 괴물은 인간에 대해 배워가며 주인공에게 순수한 호감을 느끼고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식인괴물을 통해 성욕과 교제욕구를 해소하는 주인공과 주인공을 통해서 생존과 교감, 지성을 충족하는 괴물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줄거리 안에서 나는 내 판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선 처음으로 하는 고민은 이 작품의 해석 -괴물이 인간보다 인간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한다- 가 작품의 특수성 안에서만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사랑은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인간 사유가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말해주는 좋은 사례 중 하나다. 괴물이 주인공에게 보여주는 순수한 면모들은 사랑인가? 해당 작품은 인간성과 사랑을 다양한 관념으로 분해하여 그것이 분해해도 사랑으로 성립하는지, 다르게 조립해도 성립하는지 고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짝사랑하던 상대의 외관, 인간과 인간이 사회 규칙안에서 서로를 선택한다는 윤리성, 사회화에 통용되는 지식, 타자에 대한 공감능력, 순수한 이타심, 성욕, 상호이익성, '서로를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촉진' 등의 요소를 합치면 사랑이 될까? 이중에서 어떤 부분을 뺀 조합은 '사랑아님'이 되는가? 작중 주인공은 사랑의 구성물 중 무엇을 취하였기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일까.
창작물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사랑에 조건을 따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일 때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일 뿐, 아닐 수도 있으니. 그래서 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 는 말과 모습이 불일치하기도 한다. 내면을 중시한다는 사람이 외모를 이유로 선택하기도 하고, 강인한 언동을 중시한다는 사람이 부드러운 사람을 선택하기도 한다. 물론 편향적인 풍토도 있는 듯 하다. 가난한 사람과 헤어지면 납득하고, 부자와 헤어지면 쉽사리 납득하지 않는 것처럼.
분절도 통합도 인간의 유용한 사유도구이지만 어떤 도구를 택해도 나는 불완전하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랑이라는 불분명한 기표와 그 하위기표들에 집착해도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분절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는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사랑뿐일까. 인간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다른 비애가 있다면 괴물의 사랑을 순수한 것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그 마음-작가가 창작물에 품는-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작품 자체가 아닌 해석, 작품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어떤 제기 - 사랑의 순수성에 대해 비판해본다. 그 사랑은 괴물이 보여준 어떠한 자기이익도 없는 이타심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거리감과 포식성에 기반하고 있다. 안전하고 말해질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다루어졌기에 대상에 대한 이해도 교감도 없이 다루고 있는 것이다. 만일 괴물이 아니라 주인공이 짝사랑하던 소녀가 식인을 하고 있었다면, 납득하는 독자들의 분포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보다 오히려 괴물이 순수하다'가 아니라 인간에서 먼 존재였기 때문에 이상화할 수 있었다고 느낀다. 내가 사랑에 대해 아는 것은 현실의 사랑이라고 불리는 블랙박스가 때로는 괴물보다 추하고 무서운 면모를 내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매끄러운 대신 조잡하고 껄끄러우며 울퉁불퉁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