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생길 수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I

어찌 보면 사는 것에는 옳고 그른 구분이 없다.

by 무상행

1. 아카시아 잎 따기 놀이


밭일 후, 물 한 모금 마시고 토란 그늘에 앉아 쉰다.


서툰 삽질로 손바닥에 물집 잡혔다.

물집 속 물방울, 말랑말랑할 때 터트릴까? 딱딱하게 굳도록 놔둘까?

아카시아 잎을 하나씩 떼며, 나의 결정을 맡긴다.


바람 부니 토란 줄기가 흔들거린다.

잎에 맺힌 물방울, 토란이 또르르 굴리기만 할까? 또르륵 떨어뜨릴까?

또, 아카시아 잎을 하나씩 떼며, 토란의 결정을 대신 맡긴다.


살다 보면 결정을 남에게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자신의 책임인 것을.




2. 나비의 일생


늦봄, 나비는 연한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애벌레 발목에 힘 들어가니, 껍질 힘껏 차고 기어 나온다.

몸에 맞지 않는 허물은 몇 번 벗고, 새로 갈아입는다.

가을, 찬바람 불면 배를 가지에 고정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그대로 번데기 되어 힘들게 겨울을 난다.

다음 해, 이른 봄.

겨드랑이 간지럽다. 나비 난다. 나비 하늘로 난다.

날개에서 이는 바람이 꽃 흔든다, 들 흔든다, 산 흔든다.

한 보름을 그렇게 날다가, 그렇게 살다가, 사랑 나눈다.

연한 잎 뒷면을 찾아 알을 낳는다.

같은 봄에 죽는다.


일생,

펼쳐놓고 보면 일생,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볼수록 다르다.




3. 누군가는 별의 개수를 알고 있다


밤하늘 별, 보기만 해라. 훔쳐 가지 마라.

밤눈 밝은 수리부엉이는,

나무의 무게 중심에 앉아 졸고 있는 듯해도, 밤하늘 별의 개수를 다 알고 있다.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수리부엉이 부엉부엉 운다, 별 하나 비었다고.


누군가는, 무엇인가는 밤하늘 별의 개수를 알고 있다. 나는 모른다.

별의 개수, 꼭 알아야 할까? 모르면 허기지는 것보다 참기 힘들까?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4. 慶州 南山


처처불상處處佛像


나는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당신은?




5. 더 이상 알고 싶지 않다


수개미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일생 단 한 번 결혼비행, 이들이 사는 이유이다.


일개미들은 일만 한다. 날개가 없으니, 한 번의 사랑도 없다.

낮은 바닥의 바람에 나뒹굴어도 또, 일어선다.

꽃이 흔들려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일개미는 평생 일만 한다. 일만 한다.


누군가의 삶, 깊이 알수록 먹먹해진다.

존재의 이유, 더 이상 깊이 알지 않기로 했다.




6. 반가사유상 (국보 83호)


앞에 서면 안 되는데

보면 안 되는데

결국, 앞에 서서 보았다.

그런 뒷감당 못 할 일을 저질렀다.


세상 일, 앞선 걱정, 부질없는 거다.

저지르고 나면 망설이는 것보다 맘이라도 편하다.




7. 달항아리


보름달이 항아리에 빠졌다

대추나무에 내린 벼락도끼가 겁나

누구도 달을 건지지 않았다


십리 대숲에 바람 분다


항아리 속에 달 있다

항아리 속에 달 있다


안타까워서 말하고 또 말하나, 세상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때가, 오래오래 울 때이다.

네가 눈물 닦아 주었다.




진실.

법을 넘지 않고서는 사랑을 이룰 수 없다.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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