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생길 수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II

어찌 보면 아는 것에는 옳고 그른 구분이 없다.

by 무상행

1. 어쩔 수 없는 호기심

그러나, 그 틈새를 비집고 봄새순처럼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것들.

불어오는 바람은 몇 겹일까?

나무에 처 놓은 거미줄은 몇 겹일까?

장미 꽃잎이 몇 겹일까?

그리고, 사랑하는 방식 또한 몇 겹일까

오늘, 구름의 두께가 양털로 세 겹이다

구별하지도, 나누지도 말자. 그저 세상에 있는 것으로 족하다.

그렇게 배웠고, 또 그렇게 알고 있다.



2. 큰 나무 올려다보기

큰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기 좋을 때는 아카시아 꽃필 때쯤이다.

잎, 빛이 드니 다양한 녹색의 채도와 명도가 내 하늘을 덮는다.

꽃, 향기는 그늘만 찾아 뒹굴거리며 산을 넘는다.

그 빈틈들 사이 파란 하늘은 덤이다.

발아래 기어 다니는 것들은 그늘의 두께로 제 길을 찾는다.

언제, 큰 나무 아래 서서 하늘 끝까지 올려다보았나요?

언제, 멀리 산등성이와 맞닿은 밤하늘 올려다보았나요?



3. 산에 갇혀서

바람도 그늘 무게에 눌려 움직일 수 없는 날.

시간도 거리도 셈하지 않는 걸음으로

무심코 산에 올랐다.

그렇게

생각 없이 스스로 산에 갇혔다. 답답하다.

쉬어 가려고, 먼저 자리 잡은 그늘을 조금 밀어내며 바위에 앉았다.

생각 없는 골바람 불어왔다. 시원하다.

모든 일은 섣불리 판단할 것이 아니다.

답답함과 시원함은 슬픔과 기쁨 같이 항상 곁에 있다.



4. 오월 늦봄


꽃만 보며 산길 걷다 보니

길 잃다

꽃도

나도

봄.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어디쯤 왔나? 가끔은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어디로 가나? 가끔은 둘러보아야 한다.



5. 항상 그곳


원래 있던 곳 아니면 찾기 어렵다,

안경, 바늘꽂이, 병따개, 우산, 열쇠, 핸드폰, 두통약, 열쇠...


건망증, 걱정할 것 없다.

속담에 ‘까마귀 알 물어다 감추듯’이란 것이 있다.

까마귀가 알을 물어 다 감추고, 나중에 어디 다 두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알(자식)을 어디 다 두었는지 모르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겠는가?



6. 허물어진 山城의 봄

천년, 산성

돌 틈 비집고

풀꽃 피다, 해마다

아래

돌에는

저승꽃 피다, 지지 않는


바람 불어오니 풀꽃도 저승꽃도 흔들린다.

같이함. 의미를 두면, 의외로 대단할 수 있다.



7. 매듭 묶기, 풀기


그놈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 가슴에 들어왔을 때

도망가지 못하도록 나비매듭으로 꽉 묶었다.

그놈이,

떠났다. 매듭 풀어놨다.

끝났다고 했다.


믿지 마라. 그놈은 세월이 흘러도 숙주宿主인 내 몸뚱이에 들어붙어

자기 복제를 하며 끈질기게 살아간다, 사랑이란 이름 대신 추억이란 이름으로.

결코 끝나는 법이 없다, 지독한 놈이다. 사랑같이.

훨훨 날아가도록 나비매듭을 풀어놔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아무리 세월이 곰삭아도 세상 밖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나는 법을 잊은 것처럼.

사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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