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하루 여행

잊지 않으려고 드나든다.

by 무상행
'천년의 미소'... 얼굴무늬수막새


'천년의 미소'... 얼굴무늬수막새

다른 수막새들 같이

연꽃이나 가릉빈가(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를 못 그려 넣을 것도 없었는데,

떠나간 임이 그리워 이렇게 만들었나 보다.

임의 미소를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죽을 때까지 그리워하려고 이렇게 만들었나 보다.

집을 드나들 때마다 지붕을 쳐다보면

임은 항상 그곳에서 웃고 있다, 하늘빛 배경에서.


초록하늘, 파란 하늘, 분홍하늘, 자주하늘, 회색하늘, 시퍼런 하늘

새털구름, 양떼구름, 꽃구름, 나비구름, 놀구름, 먹장구름, 무지개구름

흐린 하늘, 바람에 비어있는 하늘, 비 오는 하늘, 추운 잿빛하늘, 맑은 하늘

그리고 겨울, 간밤에 사랑같이 쏟아진 눈을 이불같이 덮고 잠든 너의 미소와 새벽하늘


집을 드나들 때마다 항상 미소 띤 모습이지만,

임을 볼 때 그 하늘을 보고 짐작했으리라.


오늘은 기쁜 일이 있었구나, 즐거워 보여.

오늘은 좋은 일이 있었구나, 그냥 보고만 있어도 좋아.

오늘은 우울해 보여, 노래를 불러줄까.

오늘은 슬퍼 보여, 오래 서 있어 줄게.

아마 파멸적 사랑조차 극복해야 이런 모습이 나올 것이다.


천 수백 년이 흐른 지금 귀퉁이가 크게 깨어져 있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깨어 저도 남아있어 다행이다, 사랑같이.

보고 싶다.

숨겨 놓아도 찾을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1층 불교미술 1실 유물번호 경주1564.


미술관 2층에서 창밖

경주 박물관내 미술관 2층에서 창밖을 내려다본다.

불국사 탑을 따라 만든 다보탑과 석가탑을 안뜰에 세워놓았다.

불국사 그 탑들을 따라 만들어도, 어디에 두어도 아름답다.

미술관 2층 좌대에 올려놓은 유물이 박물관 앞뜰을 지나는 사람을 세고 있다.

창에 붙여놓은 연꽃도 마르고 있다.


미술관을 나서면 다보탑이 보이고 저만 치 떨어져 석가탑이 보인다. 변함없는 간격이다.

화려한 다보탑도 아름답고, 단아한 석가탑도 좋다.

곁에 서 있는 소나무 줄기 속에는 해마다 곡선이 조금씩 부푼다.

석가탑 그림자는 허물 벗 듯 돌의 무게를 내려놓고 있다.


미술관 옆 건물에는 새로 발견한 유물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관 계단

천년의 기억들이 또다시 빛 속으로 걸어 나왔나 보다.

경주에서는 흔한 일이다.

천 년 전 신라하늘에 천마가 날아다니던 것만큼 흔한 일이다.

계단 경사면(수직면)에 붙여놓은 조각들이 모여 그림을 보여준다. 걸음걸이와 눈높이의 관계.



신라들판의 황화코스모스

경주박물관을 나서면 황화코스모스가 신라들판을 온통 뒤덮고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의 그림이 어울릴까?

누구의 그림일까? (사진 변형 편집)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반 고흐...


밤하늘을 관측하는 첨성대로 가는 길에도 아름답게 피었다.

파란 별은 계림에서 나오는 길을 보고,

첨성대는 그런 별을 관측하고,

이두 문자로 기록한다.

또 볼 수 있다.

천년 후에.




첨성대 지나니

멀리 능원들이 놓여있다.

천년 환생도 잊은 듯이 누워있다.

뒤에 능원을 닮은 큰 산들도 길게 엎드려 있다.

뭔지 모르겠지만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천년이란 긴 시간은 땅의 셈이고

그들은 하늘의 셈을 센다.


지나는 바람이 속삭인다.

무엇이 그리 답답하나

이제, 겨자씨 한 알을 꺼냈는데......



같은 사진을 변신시키니 또 다른 모습이다.

나는 어떤 모습을 보고 있나.

그대는 어떻게 보고 있나.

사진 스타일 변경


이렇게 잠시 들러 머물러도

돌아서면 또 보고 싶다. 신라.

그리움도 병이다. 지독한 사랑같이.



keyword
이전 13화청도_운문사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