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만 그리워할게... 그러려고 노력할게
'라라' 아기 ‘까꿍이’의 십여 일간의 일기
긴 영상이다. 편집을 해도 긴 영상이다. '까꿍'이의 묘생이 담겨 있으니 긴 영상이다.
영상은 '까꿍이'가 하루하루 세상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까꿍이'의 묘생은 지구별에서 십여 일간의 기록만 남겼다.
어느 날 아침, 화단 구석에서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까꿍이'를 '연두'로 할까, '별님'이로 할까, 아님 '망개'로 부를까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새 이름 한 번도 불러보지 못했다.
영원히 '라라'의 딸, '까꿍이'로 남게 되었다.
'라라'가 젖냄새나는 '까꿍이'를 잠재울 때
자장가를 불러 주었고,
엄마는 태어나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계절 바뀌는 이야기 들려주었고,
'꼬미' 할머니의 사소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까꿍이'가 없어졌다. 냄새의 흔적이 사라졌다. 세상에서 사라졌다.
'라라'는 아기 '가꿍이'를 찾으러 며칠 동안 아파트 내 화단을 돌아다녔다.
시간이 흐르자 '라라'는 안정이 되었다. 그렇게 '까꿍이'를 가슴에 묻었다.
그 후,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의 아기를 생각하는지, 고립을 꿈꾸는 건지 화단에 혼자 멍하니 있는 것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해 가을, '라라'와 엄마 '꼬미'를 중성화시켰다.
'라라'의 힘든 육아와 '꼬미'의 반복되는 출산과 아기들의 잘못됨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많은 고민을 한 후,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결정을 했어야 했다.
2025년
'라라'는 엄마 '꼬미'와 잘 지냈다. 엄마를 따라다니고,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같이 밥 먹으러 오며 잘 지냈다. '꼬미'도 덩치가 더 큰, 딸 '라라'에게 항상 엄마의 역할을 잘했다.
8월 들어 '라라'의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졌다.
보이지 않는 두 눈에 진물이 흐르고, 잘 먹지도 않는다. 야위어 간다.
9월.
어제는 종일 보이지 않았고,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난 혹시... 하며 걱정했다.
다행히 오늘 아침... 너를 화단 쪽 계단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는 네 이름을 불렀다. 귀찮아도 꼭 대답했다.
그래, 우리에게는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가 오네...
너는 여전히 104호 베란다 아래, 화단 구석 빈터에 있었다.
비가 오네. 빗소리 들리니? 나뭇잎에, 화단에 떨어지는 빗소리, 너도 듣고 있니?
보이지는 않아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빗소리는 지구별에서의 기억할 것 중 하나이다. 잘 들어둬.
'라라'가 거의 먹지 않은 지 십여 일이 지났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어느 날 밤, 화단 옆 인도에 스러진 채 있었고, 다행히 내가 발견했다. 안고서 항상 있던 102동 베란다 아래로 옮겼다. 젖은 몸을 닦고 문질러주니 냐옹 소리에 힘이 느껴진다. 이름을 불러주니 대답도 곧잘 한다.
9월 7일. 일요일
'라라'가 오랜만에 조금 먹었다. 부르면 대답도 잘했다. 기뻤다.
9월 8일. 월요일 새벽.
무엇 때문인지 모르나 평소보다 일찍,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게 되었다. 먼저 '라라'가 있는 102동 쪽으로 갔다. 그런데 찻길에 무엇인가 흰 물체가 보였다. 아니길 바랐으나 '라라'였다. 이미 싸늘히 굳어 있었다.
라라, 너 떠난 뒤, 네가 있던 아파트 화단을 지날 때면, 항상 네가 마지막 며칠 동안 있던 곳을 쳐다보게 돼.
엄마 '꼬미'도 네가 떠난 뒤 며칠 동안 불안한 몸짓으로 돌아다니더니, 지금은 잘 있어. 혼자서.
오늘은 새벽에 내린 비로 네 울타리 앞, 비비츄의 진녹색 잎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있어. 네가 있던 곳을 들여다보게 돼. 아무것도 없어, 소리도 없어. 어둠의 진공이 모든 것을 흡수해 갔어.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질까 봐, 네가 없는지 알면서도 나지막이 이름을 불러봤어.
오늘도 그 앞을 지났어. 시간은 항상 여기서 한없이 느리게 가. 내 발걸음도 따라 느려져. 또 '라라~'하고 불러봤어. 모래시계의 모래만 시간같이 '스르륵' 흘러내렸어.
그래... 내일이 되면 어차피 영원히 사라질 오늘이야.
많은 시간이 지나 계절이 바뀌어도 모든 게 예전 그대로야, '라라' 없는 것 빼고는.
'라라' 네가 그늘에서 쉬던 화단의 단풍나무는 붉게 타더니 이젠 떨어지고 있어.
오늘은 네가 있던 그 자리에 네 엄마 '꼬미'가 쉬고 있었어.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흘러도 기억에 가슴에 남아있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 귀하고 고맙다.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아무도 모르게 잊혀 간다는 것, 더러는 남아있는 것의 연속일 거야.
많이 보고 싶네. '라라' 너도, 아기 '까꿍이'도.
그래, 나도 이제 그만 그리워할게.
아니, 올해까지만 그리워할게.
그러려고 노력할게.
올해까지만 그리워할게... 그러려고 노력할게
올해까지만 그리워할게... 그러려고 노력할게 올해까지만 그리워할게... 그러려고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