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자락에서

달팽이와 거머리, 그들이 꾸는 꿈은...

by 무상행


겨울, 집을 나섰다.


산자락 밭두렁을 따라 걷는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들풀 새삭들이 모여 초록으로 일찍 세상에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겹겹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성급하다. 세상이 그리 궁금했나. 아직 기다림을 배우지 않았겠지만, 조급해하지 마라.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쉬어간다. 겨울의 여유다.

물 고인 웅덩이가 있는 편편한 둑길이다.

응달진 가장자리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마른풀들을 조심스레 뒤진다.

보인다.

겨울잠 자는 거머리가 보인다.

저기 구석에 달팽이도 등에 지고 다니던 제집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달팽이와 거머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알면 더 가까워진다. 사랑스럽다.


달팽이와 거머리 (전문 자료는 네이버 자료 참조함)


달팽이

달팽이는 복족류 연체동물 가운데 와선형의 패각을 가지고 육상, 수중에서 서식하는 동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달팽이’는 달팽이과에 딸린 명주달팽이(Fruticiola sieboldtiana)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패각이 없는 육상 복족류는 보통 민달팽이라 한다.

아무튼 생물학자의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지식백과는 어려운, 부자연스러운 말이 많다. '패각' 대신 '집'이라 하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노랫말이나 책 제목 혹은 글 등에 '달팽이의 패각' 보다는 '달팽이의 집'이 더 어울리지 않나?

난 봄철, 민달팽이를 보면 울음소리를 듣곤 한다(실제 민달팽이는 울지는 않는다). 집을 잃어버려서, 그래서 사랑을 할 수 없어서 우는 것이라고 혼자 착각하는 것이다.


달팽이의 뇌세포가 2개라는 속설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달팽이는 여러 가지 뇌세포 중 2개의 뇌세포만으로도 복잡한 결정을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달팽이의 뇌세포는 최소 수천 개 이상이다. 달팽이가 뇌세포를 모두 가동하면 어마어마한 결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것 같다. 그러나 달팽이는 아주 느리게 이동하는 동물이다.

달팽이가 대단한 결정을 해도,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너무 느리다. 안골 마을 일에 참견하던 달팽이가 영산댁 딸과 산 너머에 있는 무심골 황영감댁 아들의 혼사를 풍문으로 들었다. 달팽이가 뇌세포를 모두 가동하여 생각하니, 이 혼사는 좋았다. 달팽이는 혼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빠르게 배밀이하며 무심골로 떠났는데, 두 계절이 지나 도착했다. 그 사이 달팽이는 여기에 왜 왔는지 까먹었고, 황영감댁 혼사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다. 달팽이가 빨랐으면 안골과 무심골의 혼사가 이루어졌을 텐데...

달팽이가 이동할 때, 배 부분 전체가 발 역할을 한다. 이를 배발이라고 부르며, 건조한 곳에서는 매끄럽게 이동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배발 부분에 점액을 분비하며 이동한다. 점액은 달팽이를 보호하기도 하는데, 면도날 위도 기어갈 수 있다. 또 달팽이는 움직일 때 다른 달팽이가 분비해 낸 점액 길로 가는 습성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점액을 덜 분비하고도 이동하기 수월한 이점이 있고, 교미를 할 달팽이를 만나기 쉬운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달팽이는 일상이 지혜롭다. 사랑도 그렇게 한다. 점액 길로 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어리석음도, 헤어짐도 없는 사랑이다. 사람 고민남녀에게는 부러운 그런 사랑이다.


달팽이 머리에는 늘었다 줄었다 하는 뿔처럼 생긴 두 쌍의 더듬이가 있고 소촉각은 후각을 느끼며, 대촉각 끝에는 작고 검은 동공이 있다. 시력은 매우 약해서 명암 정도만 판단할 수 있다. 더듬이가 물체에 닿으면 몸속으로 오므라들었다가 위험이 지났다고 판단되면 다시 위로 뻗어낸다.


달팽이는 습기가 많은 때나 밤에 나무나 풀 위에 기어올라가 세균, 식물의 어린잎, 채소 등을 치설이라고 부르는 혀로 갉아먹는다. 포유류에서 볼 수 있는 쓸개와 같은 소화 기관이 없어 음식물은 소화를 하나, 색소는 분해하거나 흡수하지 못한다. 그래서 달팽이는 먹은 음식의 색상에 따라 대변의 색상이 달라진다. 어제는 산마늘 어린 순을 먹었구나.

오늘 변이 연두색이다.


또한 달팽이는 입으로 물을 마신다.


달팽이는 자웅동체로 알을 낳아서 번식하며, 혼자서 번식을 하지는 않는다.



거머리


거머리의 구조는 몸이 길고 편평하며, 앞뒤 끝에 흡반이 있고 34개의 몸마디로 이루어진 자웅동체 동물이다. 눈도 5 쌍이나 있다. 귀가 없어 소리는 들을 수 없다. 거머리는 절지동물로 흡혈성 기생동물이다.

'거머리'는 남에게 달라붙고 한번 달라붙으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남에게 달라붙는 사람이나 쉽게 떨어지지 않거나 집착이 매우 강한 사람 같은 대상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끈기가 있고 차진디는 뜻을 가진 접두사 '찰'을 붙여 '찰거머리'라고도 한다. 찰을 붙이니 찰거머리 같은 그놈이 생각나나, 입에 착착 달라붙는 예쁜 말이다.



달팽이/거머리 자웅동체, 겨울잠


자웅동체는 남녀한몸(hermaphrodite)으로, 암컷과 수컷의 신체적 특징을 동시에 가진다. 자웅동체는 거머리 외에 달팽이·지렁이·거머리·군소·히드라·해면동물 등이 있다. 짝짓기는 자웅동체인 두 개체가 서로 촉수로 탐색 후 몸을 밀착해 교미한다. 자웅동체라도 단독 번식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두 개체가 필요하다.


자웅동체는 서로 너무 그리워해서 한 몸에 암수가 같이 있다는 것이다.

누구 하나가 찰거머리처럼 상대에게 착 달라붙어 한 몸이 되어, 한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같이 사냥하고, 같이 같은 피를 먹고, 같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이 같은 길을 가고, 같이 같은 비를 맞고, 같이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이 같은 시간에 잠들고... 같이 같은 삶을 살고 결국, 같이 죽는다.

그렇게 하나가 되니 자웅동체인 달팽이/거머리의 사전에는 사랑, 변심, 이별, 그리움... 같은 단어도 필요가 없다.

어떻게 암수가 서로 이야기를 하나? 달팽이의 경우,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몸으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결코 답답하지 않다. 한 몸이니까.



달팽이겨울잠은 늦가을 입동 전후에 들어가 이듬해 4월 초까지 4-5개월, 최대 6개월까지 계속된다. 제집을 이고 힘겹게 다니더니, 이럴 때는 제집에서 오랫동안 편히 겨울잠에 들 수 있나 보다. '달팽이의 겨울잠'이란 꿈이 있는 말 같아 좋다.

거머리겨울철에 특별한 겨울잠을 자는 습성이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고 한다. 괜히 확인하고 싶어 나뭇가지 끝으로 거머리를 톡톡 건드려본다. 짜증을 내며 몸을 뒤척인다. 잠자는 것이 맞다.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고는 못하나, 내가 보기에는 겨울잠 자는 것이 맞다.




물 고인 웅덩이 속에 거머리가 겨울잠을 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면서 가끔 입을 오물거린다. 맛있는 걸 먹는 꿈을 꾸나 보다. 거머리에게 맛있는 것은 피인데, 누구의 피를 빨아먹으려고 저러나.

그래. 그것은 결코 네 허물이 아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너의 운명인데 어쩌겠느냐. 인간의 잣대가 아니라 자연의 잣대로는 당연한 것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내년에 혹시, 나를 만난다면 한 끼 정도는 배불리 먹여주마. 그런다고 억지로 만나지는 말자.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달팽이의 더듬이 뿔은 안테나 같다. 끊임없이 어느 별과 교신하고 있다. 우리와도 교신하고 있다.


여기는 지구별, 응답하라 응답하라 This is Earth, respond, respond إلى كوكب الأرض، أجب، أجب Earth, ici Earth À vous นี่คือดาวโลก ตอบด้วย เปลี่ยน Это район Земли, ответьте, ответьте Ở đây là các ngôi sao trên trái đất, trả lời đi, trả lời đi! Terra, rispondete... 헌타투찌랑별 응답하라, 뽀꾸링별 응답하라... Reply with Hunta Tucci. Answer by Ppokureing. Réponds par "Huntatuchi" Che dice termédiaire du recruteur أجبني يا هانيتي. أجيبو Bintang-bintang, dengan Huntatouzi. Bintang Pokuring, jawablah Ответьте Huntatucci Ответить каждый раз, когда дело доходит дорючка Répondez par l'inRispondi, Honduras...

난 지구별에 사는 츄크리뽀꾸라고 해... أنا (تشوكريبو) من كوكب الأرض My name is Chukri Poco, and I live on Earth. Меня зовут Чукри Поку, живущий на планете Земля ฉันชื่อ ชูครี โปคู จากดาวโลก Je m'appelle Choukri-Pokyo, vivant sur Terre 私は地球星に住むチュクリポックと言うの Tôi là Chukri Bokku sống ở các vì sao trên trái đất...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 สุขสันต์วันปีใหม่ครับ С Новым Годом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Felice anno nuovo Chúc mừng năm mới สุขสันต์วันปีใหม่ครับ ¡Feliz Año Nuevo Bonne année سنة جديدة سعيدة Frohes neues Jahr


우주, 어느 별과 교신 중이니?

지구별에서는 '달팽이'란 이쁘고 사랑스러운 이름으로 부른다고 자랑도 했니?






(위 달팽이 사진들은 네이버 이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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