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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지기

평생 농사꾼 부모님 곁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순진한 시골 촌놈이었다. 국민학교 시절 농촌 농번기 모내기 철은 이웃분들의 품앗이로 모를 찌고, 모판을 나르고, 들녘에 도란도란 앉아 주전자에 담긴 탁주를 나눠 마셨던 추억의 날들이 생각난다. 나 또한 학교 운동장에서 모내기하는 우리 논이 보였기에 토요일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논으로 뛰어갔다. 밥 수건으로 덮여 있는 리어카에 책가방을 던져놓고 아빠는 "바지 벗고 논으로 들어와라" 하시는 말씀에 팬티만 입고 어른들이 부르는 곳으로 모판을 날랐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렇게 질퍽이는 논을 뛰어다니시는 아빠의 모습을 동시로 써서 학교대표로 큰 상을 받았다. 아마 내 동시를 지도해 주셨던 1988년 박경삼 선생님이 생각난다. 선생님은 내게 하루에 한 편씩 동시 숙제를 내주셨고 선생님과 동시를 함께 읽으며 퇴고를 하면서 여러 곳 공모전에 제출해서 많은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산수 숙제와 이달학습을 푸는 숙제 대신 동시 한 편 쓰는 숙제가 오히려 더 쉬웠고 편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그때부터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을 안고 있었다. 이때 처음으로 우리 국민학교에 선생님과 문예반을 만들어 동생들을 모집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문예반에 들어갔고, 시골총각의 순진한 글 솜씨와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에 나를 지도해 주신 할 말 순 선생님이 생각난다. 한말순 선생님도 백일장 대회나 공모전이 있으면 내 글을 퇴고를 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변함이 없을 정도로 선생님들께서 많은 관심과 지도를 해 주셨다.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면서도 문예반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내 글을 작품이라 불러주셨고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장벽에 갇혀 욕심 많고 열정 넘쳤던 글쓰기는 잠시 주춤하게 되면서 겨우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망운이라는 교지 편집부장이 되면서 선생님은 꿈을 꼭 이뤄보자고 국문과를 가라고 하셨지만 내 머리가 썩 좋지 않아 국문학과가 아닌 전문대를 가야 했다. 전문대에 입학을 하고 향수병을 앓고 있을 때 문학동아리에 가입을 하면서 지하 끝까지 내려갔던 글쓰기는 다시 조금씩 열정이 피어나고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한 선배들 틈에서 시를 배우고 문학을 배웠지만 결혼을 하고 셋이나 되는 자식 키우기에 바빠 정말 포기할 만큼 손을 놔 버렸을 때 꿈을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고, 아이들이 아빠 꿈이 뭐였어? 하고 물을 때 시인 작가 국어선생님을 당당하게 말하기에 부끄러웠다. 그렇게 내 꿈은 상상 속에서도 사라질 무렵 운동을 하면서 만난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어느 날 김민섭 작가님 강연을 듣더니 글 쓰기를 좋아하고 감수성을 가진 내가 생각났다며 김민섭 작가님 책을 소개해 주면서 나는 작가님을 책을 읽게 되면서 내가 작가님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더니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해야지 하는 욕심으로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던 중 조카가 "삼촌 아직 글 쓰고 있어? 삼촌 글 쓰는 거 좋아했잖아 삼촌이 쓴 글이랑 만약 책으로 나온다면 꼭 사 볼게" 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삼촌 블로그에 올리면 내가 볼게" 그렇게 조카로부터 블로그를 알게 되어 글을 올리면서 이웃이라는 분들이 잔잔한 댓글을 달아 주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이웃분이 자신이 브런치 작가라며 자신의 브런치에 초대하며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나도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소망과 행복함으로 브런치작가에 도전을 했지만 3번의 낙방, 쉽게 봤던 브런치스토리의 작가의 길은 험난한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렵 가족을 힘들게 하며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는 중3딸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리고 딸과 손 잡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춘기를 이겨내고 싶었고, 사춘기 성장통이라는 소재로 브런치작가로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다시 나에게 글을 쓰도록 힘과 용기를 준 김민섭 작가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제일 먼저 연락을 했을 때 친구는 "축하한다 고작가"라는 내가 작가 라니 그다음 아내에게 연락을 했을 때 "우리 집 가장 작가님 축하드립니다 설거지하는 시간에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라며 축하해 주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해 준 이웃친구분, 그리고 내 결에서 용기를 준 친구에게 정말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글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만큼 브런치작가라는 이름표가 다른 작가들에게 흠이 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잠시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온 고등학교 2학년 딸 때문에 내 마음도 흔들렸지만 나는 다시 매일같이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기 위해 머릿속 상상의 놀이터에서 마음껏 여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에 욕심 아닌 욕심이 있다면 내 이름 고해진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도 멋지게 마침표를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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