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쟁이 세 자매
매일이 전쟁 같았던 화려한 1주일을 보낸 후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 금요일 저녁 막걸리 한 병 라면 과자로 즐겁게 예능을 보며 혼술을 하고, 주말 새벽 5시 30분 운동을 하고 집으로 복귀하면 9시쯤 된다. 가볍게 입은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고 운동 전 새벽 거울 안에 어제의 막걸리 과음으로 퉁퉁 부어 있는 얼굴 생김새가 새벽운동을 얼마나 심하게 했으면 샤워 중 거울 속의 모습은 스스로 엄지 척을 할 수 있을 만큼 부기가 쏙 다 빠져 있었다. 평상시 같으면 몇 번이고 흔들고 큰소리치며 깨워야 할 녀석들인데 주말이 되면 깨움의 연속이 필요 없이 셋이서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 일찍 일어나서는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각자의 베개를 들고 큰 녀석 방으로 간다. 또 큰 녀석이 두 동생들을 불러 모았지 싶다. 주말 새벽 운동을 가기 위해서 일어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알람 소리 없이 눈이 뜨인다. 상쾌한 새벽 공기 탓일까 주말 아침을 맞이하면서 하루가 길게 느껴져서 기분이 참 좋다. 그런데 새벽 운동 처음 시작할 때는 하루 종일 지쳐서 집에서 시체놀이를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새벽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 몸살이 난다. 아이들이 평상시 못 먹었던 아침을 준비하며 "얘들아 아침 먹자 얼른 나와 아빠 바빠"라고 이야기를 하면 "아직 못 나가.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알아서 먹을게 내가 동생들 밥 차려 줄게" 하며 큰 딸이 말한다.
큰 딸 방이 시골 오일장 손님들보다 더 많이 모인 듯 북새통이다. 분명 셋인데 10명 이상의 목소리가 나오며 너무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다."시끄러워! 위층에 자다가 놀래서 일어나겠다. 층간 소음 전화 오면 어찌할 거야"라며 노크로 중지를 시키지만 이 녀석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하하 호호 발을 동동 구르며 잠시만 잠시만 누가 간지럼을 태우는 것도 아니고 1시간이나 지났을까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흠뻑 젖어서 밖으로 나왔다. 아침을 준비해 주는데 식탁에 앉아서도 아직 더 할 말이 많은지 좋아하는 아이돌 음악을 틀어 놓고 시너가 따라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이 녀석들에게 좀 조용히 하라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내는 아침을 같이 먹다가 혼이 다 빠진다며 대충 먹고 일어났고 주방에 서 있는 내 귀도 열쇠로 잠글 수만 있다며 잠그고 싶었다. 딸들이 시끄럽게 밥을 먹는 동안 미션을 던졌다."다들 밥 먹고 2시간 신경 써서 공부하고 숙제 다 하면 노래방도 가고 너네들이 좋아하는 다이 땡 쇼핑 가자"라고 이야기를 던졌더니 셋이서 입이라도 맞춘 듯
"콜"이라고 한다. 먹던 밥숟가락을 놓고는 정신 차리기 위해 간단히 고양이 세수를 하고 누구 하나 삐딱한 성격 없이 거울 앞에 서서 여러 번의 웃는 표정관리와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매고는 또 큰 딸 방으로 각자의 숙제를 챙겨 집합하더니 방 문에 "독서실"이라고 A4용지에 붙이고는 문을 잠가 버린다. 무슨 소리가 들리나 하고 귀를 대어 보지만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 들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설거지하고 세탁기 돌리고 빨래 느는 사이 어느새 2시간이 흘러 비록 숙제는 마무리 못했지만 화장실 가는 것도 없이 집중하며 앉아서 열공하는 게 대견스러웠다. 노래방까지 태워줄 거 없으니 셋 이서 걸어간다며 졸랑졸랑 손을 잡고 내려가는데 10분이면 되는 거리라 2시간 공부했으니 노래방도 2시간 부르고 점심으로 마라탕 한 그릇을 먹고 온다며 아카를 가지고 어린이날 마냥 신나게 내려갔다. 그 시끌벅적한 집이 한순간에 너무 조용해졌다 아내와 둘이 있는 시간이 어색할 정도로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릴 뿐 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집중하며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도 잠시 가족 단체대화방에 놀고 있는 사진들이 많이도 올라온다. 이 녀석들 때문에 잠시도 조용한 날 없이 혼이 빠져나가지만 눈에 안 보이면 정말 보고 싶은 수다쟁이 세 딸들이 참 이쁘고 고맙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또 무슨 작전회의로 시끌벅적으로 웃음소리가 현관문 밖으로 외출을 할지 궁금해진다. 제발 하루만 이라도 조용한 날이 찾아올까!!! (고2 중3 초4) 아빠 공주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