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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정신 안 차리면 코 베어가는 세상

by 등대지기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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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은행에서 은행이라고 수신자 일반전화로 "고객님 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꽤 긴 기간 동안 사용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만 계속 자동 연장도 걸어 놓으시고 신용이 좋은 건 확인되는데 본부에서 이번에는 기존 금액으로 다 못 가고 일부 상환해 주시고 연장을 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생각해 보시고 연락 부탁드립니다."라고 친절한 은행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신혼 초 위암으로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처남들 대신 상속등기 업무 및 기타 경비 지출로 아내 몰래 대출을 해서 해결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장모님과 아내와 상의를 하고 해결을 해야 할 것을 맏사위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혼자 해결하려고 온갖 신경을 썼는지 모른다.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갚아 나가면 되겠지 하며 마음먹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커 가면서 갚기는커녕 겨우 이자만 납부할 수 있었다. 20년 가까이를 속여 왔으니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음속 큰 응어리가 풍선처럼 얼마나 부풀어 올랐는지 이제는 터질 만도 했다. 아니 차라리 터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혼자만의 무거움을 가족들에게 나눠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분명 아내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대출로 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코 골고 잠들던 사람이 요즘 갱년기와 큰 아이 대학 진로 고민 등으로 어느 날부터 심한 불면증으로 3시간을 자면 많이 잔다며 늘 피곤에 지쳐 있는 아내를 한 번 더 속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대출을 알아보면서 상환하기로 생각하고는 머릿속이 철사 줄 얽힌 거처럼 많이 복잡해졌다 심지어 걱정거리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대출 상환 연기 문자를 한 달 전에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결국 날짜가 코앞에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하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휴대폰에 첫 대화의 전화 010 하며 전화벨이 울렸고 "고객님 고객님을 위한 아주 저렴한 금리의 대출이 있는데 기존 대출 상환과 동시에 바로 지급될 수 있습니다" 걱정거리를 한 아름 덜어 줄 기회에 딱 맞는 전화였고 부리나케 유선상으로 대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실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착하게 살아서 그런가 다행히도 뭔가 잘 풀리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출 신청을 해 놓고 기존 대출 은행에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고객님 우리 대출을 남겨놓고 다른 곳에 대출 신청을 하시면 안 됩니다. 당장 우리 대출을 상환하시고 상환 영수증을 드릴 테니 그다음 타 금융권에 대출 신청을 하십시오" 뭐가 잘 못 된 건지 아님 내가 몰라서 어리석은지 갑자기 어리둥절 머릿속이 혼란해지면서 일단 급하게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서 친구를 수소문해서 급하게 돈을 빌렸다. 참 세상 착하게 잘 살았는지 친구는 적금까지 깨 가며 너에게 진 빚이 얼만데 하며 이유조차 묻지 않고 빌려주었다. 정말 이 친구는 몇 년을 고생하며 공시생으로 어렵게 시험에 합격하여 시민들 세금으로 먹고사는데 평생 못 잊을 거다. 대출 상환 금액은 마련되었으니 지금 은행 가서 상환하겠다며 대출상담사에게 전화를 했다."네 고객님 잠시만요~그런데 처음부터 대출을 받을 때 저금리 대출 상환조건을 하면 위약금 300만 원이 나오네요. 계약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뭐라고요 그런 조건은 처음 들어보고 은행에 문의해 보고 연락을 드릴게요" 뭐가 이상하게 꼬인다. 20년 전 대출 계약조건이라 기억을 못 할 수도 있어 급하게 은행에 전화를 하려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ㅇㅇ은행 직원 ㅇㅇㅇ입니다. 고객님 대출 상환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어 이렇게 전화를 드렸는데요 즉시 상환처리를 해 드릴 테니 ㅇㅇ은행 ㅇㅇㅇㅇ예금주 이쪽으로 입금을 해 주시면 상환 완납 영수증을 보내 드리고 위약금 300만 원은 면제해 드리겠습니다."

 이 날따라 귀신같이 업무는 바쁘지 않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은행 업무도 보고 절차는 복잡했지만 은행 직원의 도움으로 대출 상환과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시름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잠시 후 대출 상환 영수증이 도착했고 저금리 대출금도 조금 있다 입금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문자와 전화가 친절하게도 왔다. 사람 마음 녹이는 데는 정말 완벽했고 은행 마감 시간이 지났음에도 연장 업무까지 해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톡 메신저가 왔다. 5시 6시 업무 마감시간은 끝이 났고, 오늘 당장 필요한 금액이 아니었기에 내일이면 되겠지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퇴근과 동시에 평상시와 같이 운동을 했고 마음 한편에는 정말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얹힌 듯 힘겨웠지만 괜찮다는 주문을 계속 외쳤다.

그런데 자꾸만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는데 대출상담사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게 업무시간이 아니라서 안 받는다고 믿었다. 혹시나 미친 듯이 계속 걸었으나 역시나 신호만 갈 뿐 받지 않았고 조금의 불안함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불안감 덩어리가 되어 갔다. 침대에 누워 수십 번 수백 번 얼마나 뒤척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코를 골며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꽉 껴안고는 뜬 눈으로 평상시보다 더 이른 아침을 맞이하면서 씻었다. 아내는 1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 벌써 씻냐고 했지만 지금의 나는 혼이 빠지고 육체의 뼈들과 근육이 모두 빠져버린 바람에 의지하는 풍선과 같았고 생각 없이 서 있는 마네킹과 같았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 나왔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게 맞는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고 이놈들의 전화벨은 울렸지만 받지 않았고 보낸 수십 개 수백 개의 톡의 1 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제야 정말 심각한 사태라는 것을 몸소 짐작할 수 있었고 잠시 근처 은행에 들러 볼일을 보는데 은행에 붙어져 있는 벽보의 글들이 지금 내 사태와 똑같았다. 그 말로만 들었던 보이스피싱. 미친 듯이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한동안 걷지 못하고 길거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 스스로 멱살을 잡고 미안하다며 정말 미안하다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친구가 말한 대로 경찰서에 전화를 한 후 자세한 설명과 금융권까지 연결을 해 주며 수신자 계좌번호를 정지 거래를 시켜놓고

경찰관이 찾아와 더 자세하게 진술서를 작성하고 헤어졌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걱정과 두려움과 가족들 놔두고 상상하기 싫은 각오조차 생각을 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울면서 "나 좀 살려줘! 나 좀 살려줘! 어떻게 해. 자기야 나 좀 살려줘 우리 이제 어찌 살아가야 하냐고 내가 미쳤나 봐 나 어찌 살아가냐고" 하며 나를 포기한 듯 아내를 찾았고 아내는 무슨 일이냐며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급하게 택시를 타고 왔다. 나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아내에게 이 대출 시작 시쯤부터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를 했고 서러운 마음과 억울한 마음으로 더 눈물이 심하게 났다. 정말 지금껏 살아오면서 화 한 번 내지 않고 모난 삶을 살아온 건도 아니고

나를 헌신하며 바보처럼 살지 말라는 주위 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성실하게 살아온 죄밖에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나를 짓밟고 싶었다. 아내는 나를 토닥이며 " 왜 그동안 말을 안 하고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냐고 처음부터 말을 했으면 대출만큼 어떻게 해서던 받았지 왜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지고 갈려고 했니"라며 위로와 함께

"아직 한 번도 겪지 못한 액땜이라고 생각하자. 담보대출 다시 받아서 친구 돈 갚아주자"라며 내 눈물을 닦아주며 우리 집 제일 큰 기둥이 아이들 아빠가 무너지면 안 되니까 힘내고 얼른 업무 보라며 뒤돌아갔다. 그 뒷모습이 한 겨울 외투도 없이 쓸쓸히 눈 밭을 걷는 정체 모를 그림자 같았다. 아이들이 셋이나 되면서 정신머리를 꼭 붙들고 살고 살아도 모자랄 판에 정신머리를 놓고 살고 있으니 어찌하여 한 집안의 가장이고 아빠라고 할 수 있는지 그동안 살았던 세월이

굴뚝 연기 속으로 모든 게 사라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오후가 되면서 담당 경찰관이라며 구두상으로 있었던 일을 조사했고 내일 서로 와서 자세히 진술서를 쓰자고 했다. 이날도 잠이 오지 않았고 겨우 2시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역시나 오늘도 얼른 씻고 경찰서로 가서 진술을 받았다. 아무런 죄도 없는 자신이 여기 앉아 있는 이유만으로 너무 떨리고 제일 센 독침을 가진 벌이 되어 날아가고 싶었다. 40분가량의 진술은 끝이 났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런 일이 많냐고 물었더니 하루에 10건 정도는 된다고 하셨는데 수많은 경찰서마다 하루 평균 10건씩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범죄자들이 많단  말인가. 모조리 총을 쏴 죽이고 싶었다. 경찰서에서 주는 사건사고 사실 확인서를 해당 은행에 3일 이내로 전달을 해야 구두상으로 걸어놓은 통장 거래정지의 효력이 계속 이어진다고, 만약 3일 이내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통장 거래정지는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끔찍한 현실 오후에 갑자기 바빠진 업무를 늦추고 무작정 은행으로 찾아가 친절한 은행 직원의 요청으로 지급거래는 정상적으로 되었고 다행히도 이 나쁜 새끼들이 돈을 찾지 못한 건지 아님 지급정지에 걸려 포기한 건지 통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통장 잔고가 그대로 있다는 것에 감사를 드렸고 언제 환불 수 있는지는 자세히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인터넷상 정보를 보면 3달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혹시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물어보니 거의 희박하지만 3년 뒤에 찾았다는 분이 계셨다고 하며 보이스피싱들의 경로와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막는다고 한다.

부끄럽지만 이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는 절대 저와 같은 피싱 전화를 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주의를 하시고 찾을 수 있는 안도감에 그나마 마음이 편안해졌기 때문입니다. 3일 동안 3kg이 빠질 정도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네요. 다행히도 친구 돈은 어머니께 빌려서 갚긴 했지만, 정말 인생을 포기할 정도로 비싼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ㅇㅇ은행입니다 저렴한 대출상품 이 있다며 전화벨이 울린다. 사람 속여 가며 잘 먹고 살 생각으로 정신 차려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1주일 뒤 지급정지 걸어놨던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제가 입금해준 고객의 통장 그 고객이 은행 손님이라 하셨고 이 분 역시 보이스피싱을 당해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여 지급정리해제와 동시에 나는 돈을 찾은 에피소드 가 생겼다.보이스피싱 1주일 만에 돈을 찾은 사람은 나 뿐이가 싶다.정말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착하게 많이 착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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