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카페
11월 한 겨울 한파가 최강을 알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편으로는 어느 한 곳을 주의 깊게 보면서 딸랑딸랑 눈이 빠지게 개업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사직야구장과 쇠미산이 있는 우리 동네에 정말 이쁜 노란 간판의 망고 카페가 생겼다. 4월부터 시작하는 야구 시즌이 되면 그야말로 사직동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로 북적북적 사람구경거리가 참 재미가 있는 동네다. 야구가 이기는 날 에는 한 동네 큰 잔치라도 하듯 완전히 신나게 한 판 구경거리가 더 많아진다. 부산 시내에서도 보기 드문 망고 카페라니 과일 중에 망고를 제일 좋아하는 둘째에게는 분명 단골 아지트가 될게 뻔한 사실이었다. 파란 천막으로 가려져 우당탕 공사가 진행될 때도 무슨 카페가 생길지 정말 궁금함에 못 이겨 몇 번이나 기웃기웃, 어슬렁어슬렁 참새가 방앗간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것처럼 공사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둘째가 제일 좋아하는 보기 드문 망고 카페가 시내에 생기다니 집에서 둘째는 야호~매일매일 가야지 하며 엄청 좋아했다. 둘째에게 보는 오랜만의 행복함과 설렘에 망고 카페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픈하기만을 기다리는 중 운동하는 모임에서도 망고 카페가 생긴다는 소문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다.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 친한 형이 수줍은 듯 "그 카페 우리 아내가 하는 건데"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헐 대박. 이게 웬 떡인가 단골집이 될 망고 카페 가 아는 형의 형수님이 사장이라니 더없이 신이 났다. 이 형의 막내아들과 우리 집 막둥이랑 유치원 때부터 잘 알던 친구라 형수님께 잘 보이면 공짜 커피도 한 잔 얻어먹을 수 있겠다는 욕심 아닌 욕심을 부려본다. 며칠간의 공사가 마무리되고 이사하는 날 비가 오면 그 집은 잘 산다는 속설이 있듯이 망고 카페도 개업하는 날 촉촉이 비가 내렸다. 바쁘게 둘째랑 막내 손을 잡고 카페로 갔고 몇몇의 손님들이 줄지어 계셨는데 우리도 살짝 00 형님 이름을 말하면서 푸짐한 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사장님은 막내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커피를 사고 둘째랑 막내는 가성기가 최고 좋은 "망딸바"를 시키고 큰 녀석 몫까지 주문을 했다. 둘째가 한 입 먹더니 "우와~대박"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망고는 처음 먹어봤다며 "아빠 입안에서 완전 축제가 났어" 하는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친구에 대한 스트레스 가 없어질 정도로 최고라고 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지금 나는 어느새 그 카페에 VIP가 될 정도로 매일 가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데 사장님께서 항상 밝은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해 주시는데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이 카페에 들어서면 이상하게 그 못난 감정들이 사라지고
기분 좋은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새싹처럼 피어나는 거 같다. 이번 기회로 마법처럼 기분을 좋게 해 주시는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굳이 단점 아닌 단점으로 트집을 잡는다면 take-out 밖에 안 된다는. 장소가 흡수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또다시 억지스러운 트집을 잡는다면 주차공간이 없으니 먹자골목에 후다닥 주차하시고 사러 가면 된답니다.
어린이 동화책에서 나올 거 같은 따뜻함을 전해주는 망고 색깔의 노란색 간판이 아침 해가 뜰 무렵이면 자연스레 나를 부르는 거 같다.
1년 2년 앞으로 10년 20년 제 마음을 알아주는 카페가 되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