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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막내딸의 부적

by 등대지기

학습지에 영어숙제까지 책상에 앉아할 업무가 많이 밀린 초4 막둥이 딸은 꼼지락꼼지락 하라는 숙제는 안 하고 "잠시만 잠시만" 하며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색연필로 이쁘게 정성 들여 칠하고 코팅지에 붙여야 된다며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고 문 밖에는 "작업 중"이라는 문구의 메모지를 붙여놓았다. 나와 이춘기가 시작되는 초4 막내딸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식당에서 맛있는 라면 한 그릇을 먹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도 책 읽기에는 소홀히 하지 않고 있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우리들의 행복한 취미는 배드민턴이다. 내가 생활체육 교실 (셔틀콕 4교시)에 배드민턴 입문한 지 2년째 왜 이런 운동을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면서 너무 재미가 있을 정도이다.

처음 시작하면서 팔다리 몸뚱이가 엄청나게 아팠다는 사실은 아내가 알면 당장이라도 그만두라고 할 것이다. 그동안은 세 아이 육아하는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면 지금은 어느새 세월이 흘러 첫째는 고2, 둘째는 중3, 막둥이는 초4, 아마도 이제는 막둥이만 책임지면 될 듯한 숙제를 가지고 있다.

방학이 되면 생활체육에 막둥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이모 삼촌들이 자세, 스텝, 그립 잡는 방법까지 기본적인

동작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면서 너무 재미가 있다며 그동안 꿈꿔 왔던 피아니스트라는 거대한 장벽의 꿈과 바꿔 버린 것이다."이제 피아노는 제2의 취미로 마음속에서 한 단계 하락 했고, 신입 꿈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를 닮고 싶다며 꿈을 꾸고 있단다. 이모에게 받은 안세영 선수의 화보사진을 본인의 방에 붙이고 매일 같이 꿈속에서 까지 배드민턴 사랑에 빠지고 있다. 나는 드디어 대회도 나갈 수 있는 2024년 민턴클럽 (사직

클럽) 가입, 아직 햇병아리 초보이지만 그나마 형님 누나들과 빨리 친해질 수가 있어 쉽게 적응할 수가 있었다. 평일 저녁 식사 후 생활체육에서 1시간 30분, 주말 휴일에는 사직클럽에서 1시간 30분씩 레슨을 받고 운동을 하지만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에서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비밀, 하지만 몸무게의 변하는 비만의 기록을 버리고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아주 큰 수확을 올린 것에 대단히 감사드린다.

막둥이 딸도 너무 하고 싶다고 하여 제 용돈을 쪼개여 다른 민턴클럽에서 30분 주말레슨을 받고 있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괜히 설렌다며 잠이 안 올 정도라니. 선수는 못 밀어주지만 한 가지 운동의 취미는 있어야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시간까지 함께 할 것이다.

달 전부터 계획이 잡혔던 부산시 배드민턴 대회가 지난 주말과 휴일 이틀에 걸쳐 있었다. 실력은 형편없지만 매년 초 민턴대회 스케줄 표가 나오면 괜히 설레고 흥분이 된다.

대회에 참가하는 팀은 2,377팀 제 또래 45D 혼복으로 나갈 수 있는 팀은 29팀 첫 게임부터 lose 진다면 바로 가방 챙겨 집으로 가야 된다는 뼈 아픈 시련을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혼복에서 맛봐야 했고, 막둥이의 정성 들인 부적이 초반에는 먹히는가 했는데 후반부에 있어 그만 점수를 연거푸 내주면서 쓸쓸히 퇴장을 하고 말았다. 휴일은 남자복식. 남자동생의 강력한 스매싱과 막둥의 신기한 부적으로 1회전 통과라는 행복함도 잠시 2회전에서 또다시 쓸쓸한 퇴장으로 우리 막둥이의 최애 간식 편의점 컵라면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행복함은 두 배 세 배로 컸다. 이번 대회에서는 막둥이의 신기한 부적도 제 역할을 했으며, 중3 딸도 새벽 일찍 일어나 응원에 동참을 했고 생활체육에서 만난 친구 (새로이)까지 응원을 한다며 같이 동행을 해 주었다. 2회전 3회전까지 정신 차리고 더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이제 겨우 2년 차 초라한 내 모습과 실력으로는 경력 10년 이상 경력 있는 선수들의 노련미와 경험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꿈같았던 주말 휴일이 마지막장을 덮은 소설책의 아쉬움만큼 긴 여운을 남기고 지나가 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피곤했는지 딸들은 차 안에서 코를 골며 기절모드에 빠져 버렸고, 집으로 돌아온 딸은 밀린 숙제를 하면서 "아빠 다음 경기 때는 더 강력한 부적으로 아빠의 실력을 보여줘" 하며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쉬는 시간 틈틈이 배드민턴 동영상을 보면서 자기의 꿈도 키우고 있는 모습이 참 대견스럽다. 4/19일 동래구대회가 잡혀있다. 이번에는 둘째도 자기만의 부적을 나에게 선물을 해 주고 싶다는 약속을 하였다. 실력이 아니면 부적의 힘으로 응원하는 딸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물하고 싶다. 배드민턴을 시작하면서 삶의 원동력이 되어 버린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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