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기 같은 내 지난 청춘의 기록들
지도를 펼치면 수많은 나라가 보인다.
그곳들은 나에게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한한 여행지였고, 나는 오랜 기간 그 길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려 했다. 마치 삶의 목적이 오직 여행에 있는 것처럼.
20대 초반에는 마냥 여행 가이드북의 별점 높은 곳들을 쫓았고, 20대 중반에는 대자연의 품에 빠졌다. 그러다 어느 날, 서점에서 우연히 본 동자승의 깊은 눈빛에 이끌려 곧바로 티베트로 떠났다. 그때부터 내 여행의 방향은 줄곧 허름한 길목이나, 이물감 없는 오지로 향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살기 위해 떠났고, 떠나기 위해 살았다.
괴로울 때나 슬플 때, 심지어 아플 때조차 힘든 몸을 이끌고 비행기 표를 끊어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에 더욱더 매료되곤 했다.
한국에서는 감정을 억누르며 웃음과 눈물조차 자제했지만, 그곳에서는 내 안의 모든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었다. 또한 비록 혼자일 때는 지독한 외로움이 따랐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은 더없이 편안했다. 게다가 현지인들과의 교감은 내게 생생한 삶을 다시금 선물해주곤 했다.
돌이켜보건대, 이방인인 내게 한 치의 희망도 없을 때면 세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늘 누군가를 보내주었다. 그들은 마치 우연처럼 나타나 내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사라졌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세상의 이치와 진리를 길 위에서 배웠다. 게다가 남들이 찾지 않는 외지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순수함은 내 마음을 정화시켜 주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내 여행 중 두드러지는 특징 하나는 부모님과의 긴 여행을 여러 번 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것들은 부모님께 맞춘 것이 아니라, 나만의 스타일에 따른 가성비 최고의 모습이었다. 성인이 되어 부모님과 60일, 90일 동안 여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그들의 보호자이자 가이드가 되어 좁은 공간에서 함께 먹고 자는 시간은 매번 새로운 모험과 다름없었다.
결국, 이 글들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의 사건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대신, 나는 그곳에서 떠오른 사유와 깨달음을 중심으로 기록하려 한다.
때로는 수필처럼, 때로는 산문시처럼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낸 생각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마주하는 동시에, 삶의 다양한 면을 함께 탐구해 나가고자 한다.
이 글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는 것처럼, 나의 경험을 다시금 되돌아보는 기록이다.
부디 그 길에 여러분도 기꺼이 동참해 주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