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g Chigaga, Morocco
“모래언덕이 옆으로 약간씩 쓸려가지 않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엔 그 사이에 펴있던 식물들도 조금씩 자릴 이동하게 되지 않나요?”
“아니요... 그냥 그 자리에서 고개만 까딱까딱거려요. 위치는 항상 똑같아요.”
유목민이자 낙타를 끌고 우리를 안내하는 하미드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아빠가 말씀하셨다.
“거봐라... 얼마나 신기하니, 바람이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부는 거 같아도... 다 길이 있다는 거야. 그렇지? "
바람의 길이라...
「바람」이란 말속에 담긴 수많은 느낌을 떠올려본다.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
모든 걸 삼켜버릴 듯 거센 바람,
빗줄기 사이로 내 양 볼에까지 차갑게 스미던 바람,
그 모든 바람에조차 역시 길이라는 게 있었을까.
마냥 직진을 하다가도 가끔씩 방향을 바꾸어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 또한 너였겠지. 그래, 그렇게 네가 부는 거였구나.
어쩌면 TV에서 매일 밤 9시 50분쯤 나오는 일기예보에는 늘 바람이 존재했을지 몰라도, 나에게 바람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정처 없는 미지의 존재였다.
지나간 길. 가야 할 길.
그리고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 안에도 넌 가야 할 길을 놓치지 않았구나.
그 속에도 분명 길이 있었던 거구나.
닮았다. 내 안의 무엇인가 그렇다.
부럽다. 내 안의 무엇인가 그렇다.
<내 삶의 모양>에 대하여.
모로코, 사하라 사막, 에르그 쉐비(Erg Chebii)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