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쯤
앞머리 몇 가닥에서 시작되었다
어라
이십 대에 흰머리라니
말도 안 돼
그 후로 그리 늘지 않아
앞머리 쪽 몇 가닥을 한 번씩 뽑았을 뿐
그런데
출산 후 육아의 시작과 함께
흰머리는
물에 떨어진 휴지에 번져가는 물처럼
내 머리 곳곳에 번지고 또 번지고
어디를 들춰봐도
은빛 브릿지를 한 것처럼
위용을 뽐내고 있네
그런데 있잖소
나는 아직 검은 머리로 살고 싶소
염색을 하려니
혼자서는 이 머리 전체를 감당하기 힘드네
미장원에 갔네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미장원을
염색하러 한 번 갔네
염색해서 짙은 머리 되었으니
은빛 브릿지가 신경 쓰여 못했던
반머리나 한 번 해볼까나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겠지
그것도 멋지다고
그런데 나는 아직 흰색 머리보다 검은 머리가 좋으네
조금 더 나이 들면
은발 머리를 해보리라
그런데
아직은 난
준비가 안되었나 보오
조금 더 기다려주오
나의 흰머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