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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좋겠다 29화

나의 흰머리

by 캐서린

스물일곱쯤

앞머리 몇 가닥에서 시작되었다

어라

이십 대에 흰머리라니

말도 안 돼


그 후로 그리 늘지 않아

앞머리 쪽 몇 가닥을 한 번씩 뽑았을 뿐


그런데

출산 후 육아의 시작과 함께

흰머리는

물에 떨어진 휴지에 번져가는 물처럼

내 머리 곳곳에 번지고 또 번지고

어디를 들춰봐도

은빛 브릿지를 한 것처럼

위용을 뽐내고 있네


그런데 있잖소

나는 아직 검은 머리로 살고 싶소


염색을 하려니

혼자서는 이 머리 전체를 감당하기 힘드네

미장원에 갔네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미장원을

염색하러 한 번 갔네


염색해서 짙은 머리 되었으니

은빛 브릿지가 신경 쓰여 못했던

반머리나 한 번 해볼까나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겠지

그것도 멋지다고

그런데 나는 아직 흰색 머리보다 검은 머리가 좋으네

조금 더 나이 들면

은발 머리를 해보리라


그런데

아직은 난

준비가 안되었나 보오


조금 더 기다려주오

나의 흰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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