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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좋겠다 28화

말 없는 위로

by 캐서린

20대 후반

마음이 힘들었던 때,

무작정 기차를 타고 갔던 부산 바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그 바다는

여름에 본 그 바다와 다르게

차분하고 또 차분했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멍하니 일정한 시간 차로 밀려오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파도 소리와 밀려오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또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울었다

그냥 울었다

눈물이 안 날 때까지 그냥 울었다


내가 울든 말든 파도는 계속 자기 일을 했다

똑같이 소리 내고

밀려오다 하얗게 사라지고

밀려오다 하얗게 사라지고


나는 멍하니 그 한 곳을 응시하면서

소리 없이 계속 울었다


그렇게 1시간을

바다 한 곳에 내 눈 둘 곳을 빌려

멍하니 응시하고

귀로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지만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다가

울다가

마지막엔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털고 일어났을 때

그땐 지금껏 내가 알던 바다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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