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마음이 힘들었던 때,
무작정 기차를 타고 갔던 부산 바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그 바다는
여름에 본 그 바다와 다르게
차분하고 또 차분했다
모래사장에 앉아서
멍하니 일정한 시간 차로 밀려오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파도 소리와 밀려오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또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울었다
그냥 울었다
눈물이 안 날 때까지 그냥 울었다
내가 울든 말든 파도는 계속 자기 일을 했다
똑같이 소리 내고
밀려오다 하얗게 사라지고
밀려오다 하얗게 사라지고
나는 멍하니 그 한 곳을 응시하면서
소리 없이 계속 울었다
그렇게 1시간을
바다 한 곳에 내 눈 둘 곳을 빌려
멍하니 응시하고
귀로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지만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다가
울다가
마지막엔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털고 일어났을 때
그땐 지금껏 내가 알던 바다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