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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좋겠다 27화

판순이

by 캐서린

판순이라는 아주 귀여운 판다 인형이 있었네


그 인형은 보드라운 하얀 털에

납작 엎드린 모양을 하고서

착한 까만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있었네

아이가 잠들 때 늘 품에 꼭 안겨 있었네


아이는 어딜 가나 판순이를 데리고 다녔네

어느새 꼬질꼬질해져 가는 판순이를 보고

목욕을 시켜주자고 하니

아이는 판순이 털이 빠질까 봐 걱정된다며

판순이 목욕을 결사 반대했네


그런데 판순이 털이

날이 갈수록 부드러움을 잃어가고 있었네

자다 흘린 침과 손때로 꼬질꼬질해졌네


목욕시키자

목욕시키자

판순이도 좋아할 거야


하지만 끝끝내 허락을 안 하는 아이


판순이가 진짜 살아있는 인형인 양 아끼는 아이는

판순아~ 판순아~ 얼마나 다정히 이름을 불러주는지

진짜 이러다 판순이가 말을 할 것만 같네


판순아

네가 말을 하게 되면

주인님아 제발 나 좀 씻겨달라고

말 좀 해주렴

우리 꼬마는

진짜 네가 말을 해야 들어줄 것 같구나


판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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