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순이라는 아주 귀여운 판다 인형이 있었네
그 인형은 보드라운 하얀 털에
납작 엎드린 모양을 하고서
착한 까만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있었네
아이가 잠들 때 늘 품에 꼭 안겨 있었네
아이는 어딜 가나 판순이를 데리고 다녔네
어느새 꼬질꼬질해져 가는 판순이를 보고
목욕을 시켜주자고 하니
아이는 판순이 털이 빠질까 봐 걱정된다며
판순이 목욕을 결사 반대했네
그런데 판순이 털이
날이 갈수록 부드러움을 잃어가고 있었네
자다 흘린 침과 손때로 꼬질꼬질해졌네
목욕시키자
목욕시키자
판순이도 좋아할 거야
하지만 끝끝내 허락을 안 하는 아이
판순이가 진짜 살아있는 인형인 양 아끼는 아이는
판순아~ 판순아~ 얼마나 다정히 이름을 불러주는지
진짜 이러다 판순이가 말을 할 것만 같네
판순아
네가 말을 하게 되면
주인님아 제발 나 좀 씻겨달라고
말 좀 해주렴
우리 꼬마는
진짜 네가 말을 해야 들어줄 것 같구나
판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