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해리포터> 시리즈 중 <불의 잔>을 읽었다. 앞에 <마법사의 돌>,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는 두 권씩인데, <불의 잔>은 네 권이라 꽤 길어서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거의 하루에 한 권씩은 읽었던 것 같다. 아침부터 중간, 중간 시간 날 때 읽다가 밤에 거의 몰아봐서 이번 주는 거의 매일 새벽 1시쯤 잤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소설 속 내용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읽어 본 게 오랜만이다.
물론 나는 학창 시절부터 20대에 걸쳐 해리포터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때부터 완결이 날 때까지 영화를 다 봤다. 개봉할 때마다 거의 영화관에 가서 봤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책은 영화가 개봉하던 그 해, 우리나라에서 해리포터 책이 한창 인기를 끌던 그때 <마법사의 돌>을 무척 재밌게 읽고, 그 후 <비밀의 방>을 읽다가 말았다. 책을 다 읽진 않았지만 영화를 봐서 전체적인 스토리는 알고 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아주 큰 틀만 기억나지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나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마치 처음 보는 듯 재밌게 읽고 있다.
<마법사의 돌>,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를 아들과 같은 시기에 읽고 영화도 봤다. 그리고 이틀 전 <불의 잔>까지 다 읽었다. <불의 잔> 마지막 4권에서는 반전과 함께 앞에서 뿌려진 많은 떡밥들이 다 회수되는 걸 보고 조앤 롤링의 상상력과 구성력에 놀라기도 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문구가 있다(옛날 버전 책이라 지금 리뉴얼된 책은 모르겠다). 판권에는 2000년 초판 1쇄, 2010년 초판 161쇄 발행이라 적혀 있었다. 굉장히 놀라운 숫자이다. 내가 최근 몇 년 간 본 책 중에 100쇄를 넘어간 책은 없었다. 50쇄가 넘어간 책도 거의 없었다. 그 인기가 얼만큼인지 실감할 수 있는 숫자였다. 지금은 2025년이니 저 숫자보다 더 늘어나있겠지?
이 시리즈 1편 <마법사의 돌>을 학창 시절에 처음 읽어봤을 때, 빠져드는 그 몰입감과 재미와 감동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해 겨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영화까지 개봉했다. 책에 그려진 해리포터보다 더 해리포터 같았던 해리포터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 굉장했다고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헤르미온느, 그리고 호그와트 연회장과 신비하고 놀라운 학교 안 모습까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장면이 상상보다 몇 배는 더 만족할 만큼 표현된 영화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건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소설을 보고 영화를 보면 사실 거의 대부분은 실망스러운 점이 꽤 있는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해리포터 소설의 재미를 배가 시켜준 영화였다. 나는 그때까지 영화든 소설이든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해리포터만은 달랐기에 해리포터가 나의 인생 책이나 인생 영화까지는 아니었어도 나에게 아주 기억에 남는 소설이자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아들 덕분에 학창 시절에 읽다 말았던 해리포터 소설까지 다시 읽게 됐는데 마지막 <죽음의 성물>까지 꽤 긴 호흡이라 과연 내가 중도 포기하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마음으로는 끝까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무엇보다 내가 어릴 적에 재밌어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들과 같이 보면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오랜만에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해리포터 속 마법 세계에 빠져서 현실을 잠시 잊고 감정 이입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윙가르디움 레비오사~